청소년 ‘담배 앵벌이’ 전국 확산 충격
돈만 주면 원하는 곳까지 배달…흡연유혹에 노출돼 있는 10대 청소년들
Q : 나 부천에 사는 중2 아무개인데 담배 뚫을 만한 장소 좀…. 걸리면 감옥가나?
A : 할아버지, 할머니가 담배 파는 집으로 가라. 걸리면 그냥 튀어라(2007년3월8일ㆍ조회수 1천395ㆍA포털)
Q : 포항 장성동, 두호동 근처 담배 뚫리는 곳?
A : 오토바이 하이바 쓰고 달라고 해라. 들어가서 전화통화 하는척하면서 어른인척 해라(2007년2월18일ㆍ조회수 2천871ㆍA포털)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속칭 ‘담배 뚫기’에 관한 글이다. 최근 유명 포털 지식검색창 등에는 청소년이 담배소매점에서 미성년자 신분을 숨기고 담배를 구입하는 ‘담배 뚫기’ 방법이 확산되고 있어 충격이다. 청소년보호법이 강화돼 청소년 흡연자들이 일반 담배판매점에서 담배를 구하기가 어렵게 되자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 특히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담배를 사오도록 강요하거나 학생들에게도 담배를 정상가격의 배를 받고 판매하는 소매점이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청소년보호법은 담배를 청소년유해약물로 규정하고 제26조 제1항에 의해 청소년(만 19세 미만)에 대한 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징역 2년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담배사업법 제17조 제2항 제6호는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한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은 담배소매인 자격을 1년까지 정지 가능하다.◇ ‘담배 뚫기’ ‘담배 앵벌이’ 확산 = 이처럼 정부가 청소년과 담배의 접촉을 법으로 차단하자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담배소매점에서 미성년자의 신분을 숨기고 담배를 구입하는 ‘담배 뚫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포항 두호동ㆍ장성동, 안산 선부동ㆍ원곡동, 전주 동서학동, 대구 상인동ㆍ지산동, 순천 풍덕동, 서울 구로구 개봉동, 광명, 부천 원미구 상동 등에서 이같은 방법으로 청소년들이 담배를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완력을 잘 쓰는 중학생이 하급생 등에게 담배 절도를 강요하거나 부모가 담배소매점을 운영하는 학생에게 담배를 훔쳐오도록 지시하는 등 강압적인 ‘담배 뚫기’도 유행하고 있다. 또 청소년들이 할머니 등에게 거짓말 또는 약간의 사례(통상 1갑당 500원~1천원)를 지불하고 심부름을 시켜 담배를 구입하는 속칭 ‘담배 앵벌이’도 생겼다.박 의원은 이와 관련 “‘담배 뚫기’ 게시글은 포털사이트 A사에만 43건이 있는데, 조회수 1천건 이상 20건, 5천건 이상이 3건에 달한다”며 “게시글이 1천건의 조회를 기록하기까지 대략 1주일 내외가 소요돼 ‘담배 뚫기’에 대한 청소년들의 높은 관심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이 안되면 온라인을 공략? = 인터넷 쇼핑몰은 성인인증절차 없이 담배 구입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담배를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행위는 담배사업법 제12조 제3항에 금지돼 있지만 이를 어겨도 벌금이 500만원에 불과해 인터넷을 이용한 담배판매는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 박재완 의원은 이에 대해 “의원실에서 수차례에 걸쳐 (문제가 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터넷에서 불법적인 담배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박 의원에 따르면 인터넷에 운영 중인 사설 쇼핑몰은 대부분 ‘기업형’ 형태를 띠고 있는데, 홈페이지는 한글로 돼 있으나 필리핀 현지 법인이라고 선전하는 등 불법으로 담배를 판매 중이다. 쇼핑몰은 카페나 블로그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 역시 불법으로, 성인인증절차 없이 누구나 담배를 주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박 의원은 “입금만 하면 원하는 곳까지 배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소년 흡연율 통계 ‘문제 많다’ = 지난해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율은 평균 14.9%. 그러나 이 조사는 학교의 협조로 진행되므로 학교의 영향력에서 청소년들이 자유롭지 못하고 설문내용이 공개될 것을 우려해 솔직히 응답하지 않는 경향과 함께 신뢰도에 결함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제대학교 백병원에서 2002년 4월~7월까지 남녀 고등학생 각각 306명과 325명을 상대로 소변검사를 통한 흡연율을 조사한 결과,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설문조사를 통해 조사한 결과에 비해 최고 24%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 흡연율 응답과 실제 흡연율에 큰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흡연율은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학년이 높을수록 정확했다.◇ 청소년 흡연 ‘대책없나’ = 이에따라 한국담배협회는 청소년 흡연 예방을 위해 지난해 9월 담배소매점 5만 곳을 상대로 신분증 확인 캠페인을 벌이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으며, 대다수 소매점들도 이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은 “흡연 청소년들은 여전히 담배 구입 경로로 동네 슈퍼와 편의점을 선호하는 있음이 국가청소년위원회 자료에서 드러났다”며 “이는 아직도 상당수 소매점에서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따라 박 의원은 “먼저 관계당국이 청소년 흡연율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청소년 흡연의 심각성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교육하고 흡연학생에 대해서는 확실한 금연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담배 소매점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강화하고 온라인 담배쇼핑몰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