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SDI, 삼성물산 주식 매각해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순환출자기준 무효화

2018-12-21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당시 순환출자기준을 무효화하고, 변경된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공정위가 이를 최종 확정하고 삼성그룹에 알리면, 삼성SDI는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추가 처분해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삼성에 대한 신뢰 보호 문제와 판단을 바로잡음으로써 공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법익을 비교했다. '성공한 로비'라는 이재용 부회장 1심 판결에 따라 공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침을 변경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은 변경 사실을 알렸다.김 위원장은 "삼성 입장에서는 기존 신뢰가 침해됐다는 것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것은 헌법상 보장된 삼성의 권리이고 그 판단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몫이 될 것"이라며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최종심에서 순환출자기준을 두고 공정위에 대한 삼성의 로비가 있었다는 것과 관련) 일부 판단을 달리한다고 하더라도 공정위의 오늘 결정은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현재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계열사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에 속한 회사는 새로운 순환출자를 형성하는 계열출자를 금지하고 있다.‘계열출자’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이 계열사를 차려 주식을 취득하거나 소유하는 행위다. 순환출자는 3개 이상의 계열회사가 계열출자 관계로 고리처럼 서로 연결된 관계를 의미한다. 이런 순환출자는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전체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다만 2014년 7월 25일부터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를 시행해 합병으로 순환출자가 형성되거나 강화한 경우는 계열출자를 처분할 6개월의 유예기간을 주거나 적용 제외 사유로 뒀다. 사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순환출자는 예외로 인정해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취지였다.  이후 2015년 12월에 공정위는 ‘합병 관련 순환출자 금지 제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관련 쟁점3가지에 대해 정리했다. 당시 공정위는 순환출자 고리 내 소멸법인과 고리 밖 존속법인이 합병하는 경우 순환출자 ‘강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새롭게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로 봐야 한다고 기존 해석을 변경했다. 강화의 경우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기준으로 합병으로 추가된 출자분만 처분하면 되지만 형성의 순한출자를 형성한 경우는 계열출자회사가 취득하거나 소유한 주식 모두를 처분해 고리를 끊어야 한다.변경된 공정위 판단기준을 적용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이에 삼성SDI는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 404만2758주(2.1% ·20일 종가기준 5276억원)을 추가 처분해 고리를 끊어야 한다. 2년 전 순환출자를 ‘강화’로 봤을 때는 500만주만 매각해 해소했다.공정위는 순환출자 고리는 어디를 끊어도 상관은 없지만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처분이 삼성에 부담이 가장 적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삼성물산 400만주를 추가 처분한다고 해도 그룹의 지배력이나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라 했다.공정위는 2년 전과 달리 이번 가이드라인을 ‘예규’로 강화했다. 공정위가 행정예고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만들면 국무조정실이 최종 점검 후 확정하게 된다. 공정위는 최종안이 확정될 때까지 한 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예규는 행정기관의 내부처리 준칙으로 내부 귀속력만 있으나 외부에 공개되면 적용대상이 되는 기업은 신뢰보호 문제가 생겨 이를 자연적으로 따르게 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법에 따라 시정조치를 할 수 있고 시정명령도 어기면 주식처분명령이나 과징금, 처벌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