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따라 자기결정 뒤집는 공정위 '신뢰성 논란'
삼성합병, 가습기살균제 등 나라 흔든 사건들 줄줄이 '번복'
2018-12-22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지난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2년 전 직접 마련한 ‘합병 관련 순환출자금지제도 가이드라인’을 변경하면서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 처리 문제에 이어 김상조 위원장은 또 한 번 머리를 숙였다.이전 정권 때의 적절하지 못한 결정이나 협의 내용을 ‘바로잡았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밖의 압력으로부터 보호할 공정위 내부 혁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공정위는 현재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 판결문과, 관련법 전문가들의 자문을 근거로 기업 합병 과정에서 생긴 순환출자 유형에 대한 공정위의 해석지침을 바꿨다.재계는 '삼성 재판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또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공정위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훼손됐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앞으로 법원이 판단을 달리하더라도 공정위의 오늘 결정은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지난 정권 때의 결정을 번복한 사건은 또 있다.공정위는 지난해 ‘심의 절차 종료’로 사실상 무혐의 결정을 내린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최근 애경과 SK케미칼에 대한 검찰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지난 19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처리 평가 TF는 지난해 공정위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일부 규명했다.그러나 공정위 내부에서 공소시효를 연장할 수 있는 증거를 찾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음에도 이를 묵살한 점, 정재찬 전 위원장의 판단으로 전원회의 상정이 무산된 점 등 여전히 심의 처리 과정이 불투명하게 남아있다.공정위는 지난 9월 말 ‘공정위 신뢰 제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위원회 심의 속기록이나 사건 진행 상황 등 홈페이지 공개, 국민 참관제나 ‘재신고 사건 심사 위원회’ 도입, 사건 진행 과정 실시간 점검 시스템 구축, 직무 관련자와 사적 접촉 원칙적 금지 등이 내용이다.이 같은 내부 규제를 통한 혁신도 필요하지만 이를 보장하고 공정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인사제도에 대한 쇄신 요구도 제기된다.이번에 공정위가 잘못을 인정한 두 건의 경우도 공정위 고위급 간부의 압력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현행법상 공정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7인은 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다.정권의 기조에 따라 공정위의 정책 추진 방향도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인사 구조다.비상임위원 수를 4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상임위원 중 5인은 국회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윤경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현재 정무위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