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서종욱 사장 연임설 정·재계가 술렁이는 까닭

“아니꼬우면 니들도...”

2012-01-24     김진아 기자

[파이낸셜투데이=김진아 기자] “서 사장이 연임하면 좌시하지 않겠다”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의 연임을 두고 정재계가 시끄럽다. 서 사장이 고려대 출신에다가 경북 상주를 연고지로 두고 있어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서 사장이 취임한 후의 저조한 성적표를 볼 때 연임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4대강 사업 추진을 위한 인맥 보유가 아니냐는 해석까지 더해져 반대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있을 재선임 결과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술렁임은 계속되고 있다. 자세한 내막을 <매일일보>의 자매지인 <파이낸셜투데이>가 취재해 봤다.

서종욱 사장, 오는 25일 주총 열기도 전 연임 확정 유력?
저조한 실적에도 불구 ‘연임설 ’ 솔솔...서 사장의 '인.학.지' 덕?

서 사장의 연임이 사실상 결정되었다. 대우건설 이사회는 지난 7일 정기회의를 열고 신임이사 추천 안건에서 서 사장을 사내 이사 후보로 올렸다.

이에 따라 큰 이변이 없는 한 서 사장은 오는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임기 3년의 대표이사로 재선임 된다. 그러나 이 연임을 두고 논란의 말들이 많다. 서 사장이 2007년 말 대우건설 대표이사로 취임된 후 영업실적과 주가가 곤두박질 쳤기 때문이다.2006년부터 2008년까지 시공능력평가 1위를 지켜왔으나 현재는 4위로 밀려난 상태다.

연임 개의치 않는 내부 분위기

대우건설 측은 회사 내부의 일에 외부인사가 개입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 역시 "최근 대우건설 경영문제의 원인을 호도하며 현대건설 출신의 외부인사를 끌어들이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데 이는 대우건설 임직원에게 커다란 모멸감을 주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다만 서 사장의 부실경영 지적에 대해서는 “노조는 서 사장의 재선임에 이슈를 두는 게 아니다”며 “사장이 바뀌더라도 외부 낙하산이 아닌 내부에서 선출해야 한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사장은 1977년 평사원으로 대우건설에 입사하여 리비아 등 해외현장과 주택사업 담당임원, 관리지원 실장, 국내 영업본부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며 생사고락을 같이했다. 회사 내에서는 ‘정통 대우맨‘이라 불리워지며 직원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듯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에 이어 사장까지 바꿀 경우 조직의 혼란이 있지 않겠느냐”며 “이런 이유로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서 사장이 연임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우건설 부진 뒷감당은 국민 몫?

서 사장의 연임이 논란이 되는 또 다른 이유는 대우건설의 실적악화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몇해 전 금호 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다. 그런데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하자 대우건설이 대한통운에게 1조 2천억원의 지급보증을 서게 했다.

아직 800억원의 금융비용을 부담해야하는 처지다. 지난 달 대우건설을 재매각한 산업은행은 대우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1조원을 투입했다.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에 인수되었다가 다시 산업은행에 재매각 되는 과정에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1조원은 대우건설 재건에 필요한 자금인 것이다. 산업은행은 유상증자로 대우건설의 보유지분이 50%를 넘어 대주주가 되었다.산업은행이 민영화 되었다 해도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우건설로 인해 손실을 입으면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게 된다.정치권에서는 특별히 연임에 대한 반대가 거세다.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출신에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과도 인맥이 이어지는 경북 상주가 연고지인 서 사장이 현 정권과 크게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조배숙 민주당 의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산업은행이 인수한 대우건설의 지난해 경영실적 악화를 서 사장이 책임져야 한다”며 “서 사장이 연임하면 민주당이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현 정부가 대형 건설사에 인맥을 보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불거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연임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고 현 정권과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말해도 안 믿을 것이지 않느냐”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서 사장이 단행한 인사에 대해서도 문제가 지적됐다. 임기만료를 3달 남겨놓고 동문인 고려대 출신 3명을 본부장 급으로 승진 시켰다. 서 사장이 연임에 앞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자신만의 조직구조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든든한 인맥을 등에 업고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대주주가 되면서 최근 대우건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플랜트 금융 및 개발금융’과 대우건설의 ‘엔지니어링’ 분야가 향후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17일 증권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대우건설의 주가는 전일대비 동일한 1만3천900원에 마감됐다. 또한 대우건설의 주가는 최근 주택사업 리스크 급감과 주택사업 실적 개선, 산업은행과의 결합 등으로 향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민유성 산업은행장은 “대한통운 매각과 호텔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해 상당 규모의 자금이 추가로 유입된다. 이 돈은 엔지니어링 업체 인수 등 온전히 대우건설의 재무구조 개선과 역량강화에 쓰일것” 이라고 말한바 있다. 서 사장은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뒤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됐다고 회사의 도약을 보장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더욱이 올해 외부 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선도 위치에서 치열하게 현재를 가꾸고 미래를 개척하지 않으면 대열에서 이탈할 위험이 크다”며 세계시장을 무대로 한 닻을 올렸다. 서 사장이 내건 대우건설의 재도약의 1차 목표는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 탈환이다. 대우건설은 3년(2006~2008) 연속 업계 시공능력평가 1위 자리를 지켰지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매각 문제로 어수선했던 2009년 3위로 미끄러졌고 지난해에는 4위까지 밀려났다. 서 사장은 해외 및 개발사업 강화를 통해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수많은 반대를 뚫고 자리를 지키려는 서 사장의 각오가 대우건설을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