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LPG 담합 과징금 특혜 의혹…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

2012-01-24     이한듬 기자

[파이낸셜투데이=이한듬 기자] SK에너지가 LPG 담합 과징금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2009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SK에너지를 비롯해 LPG 담합에 참여한 6개 업체에 대해 총 6,689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 폭탄을 안겼다.

당시 SK에너지에게 부과된 과징금액은 1,602억 원이었는데, 조사가 끝나기 불과 20여일 전 자진신고를 통해 공정위에 협조함으로써 리니언시 혜택이 적용, 과징금을 100% 면제받게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몇 가지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되며 공정위가 SK에너지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매일일보>의 자매지인 <파이낸셜투데이>가 취재해 봤다.

공정거래위원회, SK에너지 등 일부 LPG 담합 업체에 과징금 가중기준 미적용
본격조사 앞두고 부과고시 개정·자진신고 2주만에 조사종료…SK에너지 염두?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공정위가 2009년 LPG 담합업체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총 912억여 원의 가중 금액을 산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고시 규정에 따라 LPG 가격을 담합한 SK에너지와 GS칼텍스에 각각 801억원, 111억 6,000만원 이내의 과징금을 각각 추가 부과해야 하지만 이를 부과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과정과 기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SK 염두에 둔 과징금 산정?

박 의원에 따르면 공정위 과징금부과고시상 최근 3년간 3회 이상 법 위반 행위를 한 업체에 대해 공정위는 의무적으로 과징금을 기본과징금의 최대 50%까지 가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3년간 8차례 법을 위반한 SK에너지에게 기본과징금의 50%인 801억원을, 3년간 4차례 법을 위반한 GS칼텍스에게는 111억 6,000만원을 더 부과했어야 한다는 것이 박 의원의 설명이다.박 의원은 그 중에서도 SK에너지에 대한 공정위의 조치에 의혹을 나타냈는데, 리니언시 제도의 혜택을 받은 SK에너지가 과연 해당 제도에 적합한 기업인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리니언시는 이른바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제’로, 제재 감면이라는 혜택을 줘서 기업들의 자수를 유도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공정위는 자진신고 1순위 업체에 대해 과징금의 100%를, 2순위 업체에는 50%의 과징금을 감면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불공정행위를 저질러 편법으로 이득을 취한 회사가 이 제도를 악용해 과징금까지 면제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법의 감시망을 피해 음지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불공정행위를 100% 적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적용하고 있는 제도이다.SK에너지는 2009년 8월 LPG 담합건에 대해 가장 먼저 자진신고를 함으로써 이 제도의 혜택을 받았다. 그 결과 1,602억 원이라는 엄청난 과징금을 100%면제 받아 단 한 푼의 돈도 납부하지 않게 됐다.그러나 박 의원은 SK에너지가 자진신고를 한 시점이 공정위의 조사를 불과 20일 남겨둔 시점이라는 것과, 2008년 6월 공정위로부터 최초 조사 착수 통보를 받은 이후 6개월간 더 담합을 진행한 점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특히 1년이 넘는 조사를 진행해온 공정위가 SK에너지의 자진신고 후 20여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해당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완성한 점도 의혹의 대상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의무적 조정과징금’의 산정 기준 날짜와 범법 횟수 기준을 명시하고 있는 ‘과징금 부과고시’를 2008년 10월 말과 11월 초에 걸쳐 두 번을 개정했는데, 박 의원은 이로 인해 SK에너지가 혜택을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SK에너지를 염두에 둔 개정이 아닌지 지적하고 있다.

공정위·SK에너지 “사실무근”

이 같은 박 의원의 지적에 대해 공정위와 SK에너지 측은 ‘사실무근’의 입장을 밝혔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일부에서 제기하는 공정위와의 유착 의혹 등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우리는 그저 공정위의 조치에 따른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공정위 관계자도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SK에너지의 조사협조 20일 만에 보고서를 작성한 점은 외견상 지나치게 빨리 작성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의 조사는 그 이전부터 계속 진행되어 왔고, 증거가 불충분했던 부분에 대해 SK에너지가 신고한 것을 보충해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이 관계자는 이어 보름 만에 과징금 부과고시 개정이 두 번이나 바뀐 이유에 대해서는 “첫 번째 개정의 경우에는 ‘과징금 부과고시’를 개정한 것이 아니라,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운용 및 유인부여’와 관련된 법령을 개정하면서 그 내용이 ‘과징금 부과고시’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두 번째 개정은 상습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개정하면서 진행된 것이기에 첫 번째 개정건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LPG 담합건에 대해 2008년 조사가 시작되긴 했지만 관련자들을 소환하는 등의 본격적인 조사 착수는 2009년 이후에 이루어졌다”며 “따라서 2008년 11월에 개정된 법이 SK를 염두에 둔 혜택이라는 지적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담합주도업체의 면피용 탈출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는 리니언시 제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자진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서 시행하는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면제’가 아닌 ‘감경’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정위 내부에서 이 부분에 대한 검토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그는 “사실 ‘주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도 애매하다”라며 “판단하는 쪽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다분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한편,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리니언시 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과 적용 대상 업체에 대한 뚜렷한 기준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