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지배구조 개선’ 노력, 여전히 미흡
총수일가 이사 등재 줄고 사외이사는 여전히 예스맨
2018-12-27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사외이사 제도나 위원회 설치 증가 등 겉으로는 대기업 내 지배구조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운영 실태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지정된 26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산 소속회사 1058개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해 ‘2017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한 결과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우선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등재하더라도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나 지주회사, 대형 상장사 등 소수 주력회사에 집중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2017년 5월 1일 기준으로 총수가 있는 21개 대기업집단의 소속회사 중 총수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7.3%(165개 사)로 지난해(동일 21개 집단, 17.8%, 163개 사) 대비 0.5%포인트 감소했다. 개별 기업별 총수일가 이사등재 비율은 △부영(81.8%), △오씨아이(66.7%), △한진(40.6%) 순으로 높았고, △미래에셋(0.0%), △한화(1.6%), △신세계(2.7%), △삼성(3.2%) 순으로 낮았다.총수일가의 지분율이 30% 이상인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에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전체 96개사 중 47개사에 달해 비규제대상 회사에서의 이사 등재 비율(13.7%)보다 훨씬 높았다.또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으로 상장해 있는 주력회사에서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이 45.1%(82개 사 중 37개 사)로, 기타 회사(2조 원 미만 상장사, 비상장사)에서의 이사 등재 비율(14.7%)보다 높았다.한편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늘었지만 원안가결 되지 않은 이사회 안건 비율은 0.39%에 그쳤다.사외이사제도는 외환 위기 이후 경영진 및 지배주주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견제하기 위해 회사 업무에 종사하지 않고 최대주주의 직계 존·비속 등에 해당하지 않는 이사를 선임하는 제도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은 2011년 47.5%에서 꾸준히 증가하다가 지난해 10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한 이후 50%를 넘었다.다만 지난해 4월 1일부터 1년간 대기업집단 상장사 169개사의 이사회 안건 4361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원안 통과가 되지 않은 안건은 17건(0.39%)로 지난해와 비슷했다.경영진을 견제하는 성격을 가진 또 다른 제도인 이사회 내 각종 위원회 설치 비율 또한 지난해에 비해 늘었으나 총수일가 이사는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 집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설치한 회사는 늘었으나 최근 1년간(2016년 4월 1일 ~ 2017년 4월 30일) 4개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 중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4건에 불과해 사외이사의 견제기능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특수 관계인을 상대방으로 하는 거래를 심사하고 승인하는 내부거래위원회에는 총수일가 이사가 전혀 참여하고 있지 않고,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경우 비규제대상회사(36.7%)에 비해 내부거래위원회 설치비율(21.4%)이 훨씬 낮았다.한편 국내 기관투자자는 해외 기관투자자에 비해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적게 내는 성향이 있었다. 국내 기관투자자가 162개 대기업집단 상장사 주주총회에 참여해 안건 1048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고 이때 찬성이 94.2%, 반대는 5.8%였다. 반면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안건 1030건에 찬성 89.1%, 반대 10.9%였다.이사 선임 청구 권한 행사가 가능한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회사는 소폭 줄었다. 주주가 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특정 안건에 대해 전자적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실시한 회사 수는 2014년 0개사에서 올해 39개사로 증가했다. 다만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회사는 전체 169개 상장사 중 7개사(4.1%)로 지난해(8개사)보다 줄었다.공정위 조사 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이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배제하고 있었고, 도입하더라도 주주들이 집중투표제를 청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실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