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용하면 손해배상 10배

2018-12-28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그간 전속고발권을 갖고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않아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공정거래위원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탈바꿈한다.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유용에 대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손해배상 범위도 크게 올린다. 아울러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개정안들을 마련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도록 하고 기업에는 자발적으로 상생협력모델 확산을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전략 중 하나인 ‘공정경제’를 위한 드라이브가 공정위서 본격 가동됐다.28일 공정위는 ‘하도급거래 공정화 종합대책’ 발표에서 대기업이 1차 협력사와 거래할 때 하도급대금 결제조건을 공시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차 이하 협력사가 1차 협력사와의 협상 과정에서 상위의 거래조건을 명확히 알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안이 대기업의 하도급업체에 대한 경영간섭이나 제3자 개입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상조 위원장은 “지침의 형태로 명확하게 법 제재의 대상이 되지 않는 예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행중인 공정거래 협약 평가기준을 기업규모에 따라 3개로 세분화해 중견기업에 공정거래협약을 확산하고 이들의 상생협력모델 구축을 위한 노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도 있다. 2007년부터 시행된 공정거래협약제도는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협약을 통해 신기술 개발, 비용절감 등 상호 경쟁력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협약평가 기준을 마련해 고득점을 받은 우수기업에 직권조사 면제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아울러 하도급업체 등이 온라인 시스템으로 대금을 청구하면 하도급 거래의 최상위 단계에 있는 발주자 등이 직접 대금을 지불하게 하는 하도급대금 지급관리시스템도 사용토록 해 체불 문제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이 같은 법제도 개선과 상생협력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법집행은 더 강화하고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대책도 마련했다.특히 지난 유통3법에 대한 전속고발제 폐지에 이어 하도급법상 기술유용 부분에 대해서도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와 관련한 손해배상 범위를 ‘현행 3배’ 이내에서 ‘10배 이내’로 강화하도록 한다. 하도급 서면실태를 활용해 기존 사후 문제처리 성격이 강했던 ‘직권조사’를 선제적 방식으로 전환한다.법 위반 행위에 대해선 정액과징금 상한을 현행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고발대상 유형을 확대하며 개인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고발한다. 반복적으로 법위반 행위가 발생하는 원사업자에 대해선 공정위가 직접 처리하고,  각 시‧도에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해 피해자들에 대한 신속한 분쟁조정도 지원할 예정이다.다만 이 같은 종합대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입법 과제 중 5개는 아직 법안 마련이 되지 않았고, 나머지 과제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은 상태라 향후 법 제도 개선 추진 현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한편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번 하도급 분야 대책 외에도 갑을관계 개혁을 위한 4번째 분야로 대리점 관련 종합대책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고, 기술분쟁 시정권고 명령제도 도입 등 범정부 합동 기술탈취 근절 대책은 내년 2월에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