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경찰관 모친 살해 자백…“보험금 노렸다”

2012-01-30     한승진 기자
[매일일보] 모친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됐던 대전경찰 간부 A씨(40)가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어머니를 살해할 이유가 없다'며 완강히 범행을 부인하던 A씨는 체포 30여시간 만인 29일 오후 자신의 범행으로 시인했다.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면서 증거부족 등으로 수사에 애를 먹던 경찰은 사건해결에 큰 고비를 넘겼지만 우려했던 엘리트 경찰간부의 존속살해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메가톤급 충격에 휩싸였다.

수사본부인 대전둔산경찰서는 이날 29일 오후 4시 브리핑을 통해 "주식에 몰두, 사채 등 빚으로 고통받는 어머니를 보다 못해 보험금을 타려고 범행을 저질렸다는 자백을 받았다"며 "사망 피해자인 어머니가 척추장애를 입었을 경우 3개 보험사로부터 6000만원을 수령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풀려진 범행과 동기

경찰에 따르면 A씨 어머니(68)는 증권사 직원들도 만류할 정도로 주식에 몰두, 7000여만원 상당의 주식채권이 있었으나 이를 담보로 주식에 손을 댔다 대부분 손실을 입었고 지인들로부터 사채 빚 2000만원을 지게 됐다.

보험설계사 전력이 있던 어머니는 이를 걱정하던 아들 A씨와 척추를 다쳐 가입된 보험사로부터 돈을 받기로 공모하고 지난 21일 오후 9시께 수면제를 복용, 잠을 청했고 A씨는 이날 오후 11시27분께 헬멧을 쓰고 들어가 볼링공을 어머니 몸에 떨어트렸다.

이후 A씨는 어머니 휴대전화와 집전화를 챙겨 범행현장을 떠나 이동하면서 볼링공과 헬멧 등 범행도구를 인근 도로변에 유기했다.

경찰조사 결과 척추장애만을 노렸던 A씨는 실수로 사건발생 5시간여 만에 어머니가 숨지자 경찰에 강도가 침입했다고 허위신고했다.

경찰은 "보험사에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어머니가 척추를 다쳤다고 신고, 보상금을 타내려고 했던 것으로 미뤄 살해용의는 없었다고 본다"며 "가족들에게는 강도가 침입해 어머니가 다친 것으로 위장키 위해 헬멧을 쓰고 범죄를 연출했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 TV에 찍힌 용의자가 착용한 헬멧과 A씨가 전날 구입한 헬멧이 같고 유족조사에서 진술이 변경되는 점 등을 들어 A씨를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 관계자는 "살해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존속상해치사로 29일 중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면서 "범행도구인 볼링공, 현장에서 가져간 모친의 휴대전화 등을 유기했다는 장소를 중심으로 수색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 쓰나미급 '충격'

이 사건의 범인이 경찰간부인 피해자의 아들로 밝혀지자 경찰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대전권과 충북권을 오가면 강력사건을 진두지휘한 엘리트로 경찰대학 동기나 선배를 제치고 고속승진한 A씨가 존속살해 사건의 주인공으로 드러나자 사건을 조사한 수사본부는 물론 경찰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보험금 6000여만원 때문에 경찰내부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A씨가 자신의 미래와 가족을 버리는 참담한 범행을 주도했다는 것에 쉽게 동의를 못하면서도 수사결과가 나온 이상 결과를 수용, 서둘러 이 사건이 종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같은 대학출신인 모 간부는 "피살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이 수사선상에 올라왔던 초기부터 걱정이 많았는데 결국 올 것이 오고 말았다"면서 "경찰 전체는 물론 특정대학에 대한 질타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사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수사를 하면서도 사실이 아니길 바랐다"고 말을 아꼈다.

또다른 경찰관은 "지휘체계에 대한 문책도 있을 것이고 대전경찰에 다가올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본다"면서 "경찰 조직 전체에 대한 문제로 비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걱정했다.

A씨의 자백이 있었음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직원도 있다.

한 경찰관은 "강력사건 베테랑인 A씨가 범행전에 헬멧을 구입해 CCTV에 촬영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착용, 범행을 저질렀다는게 쉽게 이해가 안간다"면서 "진범이 맞든 아니든 경찰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6000만원 때문에 조카가 보는 앞에서 어머니에 상해를 가할 정도로 A씨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웠던 것도 아니다고 본다"며 "정황은 맞아들어가지만 범행동기나 과정에서 의문은 남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A씨를 직위해제하고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대로 파면조치한 뒤 지휘체계에 대한 책임도 물을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