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한명숙 증인 한씨 접견CD 증거 채택
"진술 번복 경위 파악해야 해…"
[매일일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을 심리중인 재판부가 검찰의 '히든카드'인 H건설업체 대표 한모씨(수감)의 교도소·구치소 접견녹취CD를 증거로 채택했다.
앞서 검찰은 한 전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 원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한씨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자, 한씨의 위증을 입증하기 위해 접견녹취CD를 증거자료로 제출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는 31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확보한 CD를 증거로 채택하고 이번 사건을 제보한 남모씨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검찰은 "핵심증인인 한씨가 진술을 번복한 심정과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CD를 증거로 채택·재생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 전 총리 측 변호인은 "검찰이 주관적으로 '미진하다'고 판단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계속해서 증인과 증거를 추가 신청하는 것은 문제 있다"고 맞섰다.
이에 재판부는 "한씨의 진술 번복은 양 측 모두 예상치 못한 것으로 검찰에도 이를 탄핵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CD를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정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CD에는 H사 부도 이후 한씨의 경제사정이 악화되자 한 전 총리의 측근 김모씨에게 빌려준 3억원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는 한씨와 한씨 어머니 간 대화 육성이 녹음돼 있다. 검찰은 특히 한씨 어머니가 '현재 한 전 총리가 미국에 나가있는데 돌아오면 상의해보겠다더라'고 진술한 부분에 포착, 한씨 자금이 한 전 총리와 연관돼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증인으로 채택된 제보자 남씨는 지난해 12월20일 열린 공판 당시 한씨의 진술로 공개됐다.
당시 한씨는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정치자금도 준 적 없다"며 "제보자 남씨의 겁박으로 허위 진술했다"고 기존 입장을 뒤집었고, 검찰은 남씨를 증인으로 채택해 한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한씨의 동료수감자 김모씨와 최모씨도 증인으로 함께 신청했다. 이들은 '한씨가 검찰 수사에서 한 말이 진실이고 법정에서 뒤집겠단 말을 들었다'고 언급, 한씨의 번복된 진술이 신빙성 없다는 검찰 측 의견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 전 총리의 다음 공판은 내달 7일 열리며 이날 공판에는 한씨와 H사 전 경리부장 정모씨의 대질신문이 진행된다.
한씨는 지난달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이후 여전히 같은 태도를 유지 중이다. 반면 자금 조성·전달과 H사 장부 작성 등에 상당부분 관여했다는 정씨는 한 전 총리로의 자금전달을 확신, 이날 대질이 향후 재판을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