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박태준 명예회장 ‘카리스마’ 여전하네
박 전 회장 적극적 대외활동, 포스코 경영진 부담?
2008-04-07 권민경 기자
[138호 경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베트남, 중국 등 포스코의 해외사업 현장을 찾는가 하면 자신의 호를 딴 포스코 청암 재단 시상식에 참여하는 등 대외활동에 부쩍 열중하는 모습이다. 그런가하면 청암 시상식 날 기자들이 ‘한국경제와 포스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위기에 처했다”는 거침없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초 도쿄를 방문해 가진 인터뷰에서도 “지난 10년간 민주를 찾았으니 이제는 성장으로 가야한다”며 “5%의 성장 잠재력에 국민의 희망과 사기를 북돋워 1~2%를 추가, 연 6~7%의 경제성장을 가능케 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는 경영론을 펼치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이 이처럼 활발한 대외 활동에 나선 것과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이런 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경영에 있어서는 뒷선으로 물러난 박 전 회장이지만, 여전히 포스코 내에서 그의 존재는 ‘신화’로 남아있다. 때문에 박 전 회장의 넓어진 행보가 최근 재선임 된 이구택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의 현 경영진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박 전 회장, 여전히 포스코의 신화적 존재
한편, 박 전 회장은 지난 27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청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도 했다. 청암상은 포스코의 창업자인 박 전 회장의 업적을 기념하고, 창업 이념인 ‘창의, 인재육성, 희생, 봉사정신’을 확산시켜 성숙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포스코청암재단이 지난해 제정한 것. ‘청암’은 박 전 회장의 아호이다. 시상식에는 박 전 회장을 비롯해 이구택 회장, 강영훈 전 국무총리,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철강불모의 국가에서 오직 제철보국의 일념으로 철강자립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화의 초석을 닦은 박 전 회장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는 제정 취지처럼 이날 행사는 박 전 회장을 위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이처럼 국내, 국외에서 박 전 회장의 보폭이 넓어지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포스코에 대한 그의 ‘영향력’ 확대라는 조심스러운 추측까지 내놓기도 했다. 사실 포스코의 창업자인 박 전 회장의 존재감은 여전히 포스코 내에서 상당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1968년 포항제철 사장으로 취임한 후 20여년만인 80년대 후반 포항제철을 세계 최강 반열에 올려놓으며 재임 내내 ‘카리스마’ 형 지도자로 유명했던 만큼 포스코 직원들에게는 ‘신화’적 존재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의 뒤를 이어 4대 5대 회장을 맡은 김만제, 유상부 전 회장 등도 한결같이 박 전 회장의 카리스마 적 리더십과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이구택 회장 리더십, 박 전 회장과 종종 비교
그러나 지난 2003년 취임한 이 회장은 앞선 회장들과 전혀 다른 ‘관리형 CEO’ 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외유내강형’의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이 회장과 박 전 회장의 카리스마를 종종 비교하곤 했다. 이 회장이 취임 이후 내실 중심의 관리 경영을 바탕으로 최근 공격적인 해외 사업 추진에 나서는 등 경영 능력 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리더십 면에 있어서는 박 전 회장만큼 뚜렷한 인상을 각인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 물론 군사정권, 즉 민영화 이전 ‘포철’ 시절을 이끌었던 박 전 회장과, 민영화 이후 달라진 기업 환경에서 포스코를 책임지고 있는 이 회장의 리더십이 같을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를 차치하고라도, 최근 박 전 회장의 빨라진 행보가 자칫 포스코 현 경영진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3년 임기로 재선임되며, 국,내외 적으로 성공한 전문 경영인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는데, 박 전 회장이 대외적으로 너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그리 좋을 리 없다는 얘기.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박 전 회장이 대외적으로 포스코 챙기기에 나선 것이 포스코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세계 철강계가 거센 M&A 바람에 노출돼 있는 상황에서 철강업계의 거물급 인사 가운데 한명인 박 전 회장의 움직임이 어떤 식으로든 포스코의 해외 사업에 탄력을 주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한편 박 전 회장은 빨라진 행보만큼이나 대외적으로 이 회장에 대한 칭찬의 말을 종종 언급하고 있어 또 다른 관심이 되고 있다. 이 회장이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69년 포스코 공채 1기로 입사할 당시, 이미 그를 미래의 CEO(최고경영자)라고 치켜세웠다고 알려진 박 전 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회장의 연임과 관련 “아주 좋은 일”이라며 “이 회장이 워낙 열심히 하니 기분이 좋다. 베트남이다 인도다, 해외 진출도 잘하고 있지 않느냐"고 자랑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