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공울렸다] 8년전보다 미국 선수 더 세지고 한국 약해졌다
2019-01-04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문재인 정부 2년차 들어선 올해 한미간 FTA 재협상이 시작된다. 2010년말 이명박 정부 시절 첫 재협상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협상력은 약화된 반면 미국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으로 협상장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압박에 나설 전망이다. 통상 이익을 향한 정권 차원의 강한 의지와 협상 조직력, 남북관계 개선 흐름이라는 대외 환경까지 미국에 모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정권의지 : 평화‧안보 우선하는 文정부 vs 통상이익이 정권 최우선목표인 트럼프 한미 FTA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처음 체결됐다. 이후 친기업적 성향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2010년 12월 5일 추가 협상을 타결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에 자동차 판매에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허용하고 미국차에 대한 안전검사 기준도 사실상 철폐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현장의 자동차 업계는 당시의 재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8년이 지나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이번 한미 FTA 재협상에서 이익균형의 원칙을 고수하고 농축산물 등 민감한 시장을 보호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재협상 당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에서 양보함으로써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라며 '비즈니스프랜들리'라는 정책기조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와 달리 태생적으로 기업들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문재인 정부는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며 FTA 협상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반면 미국은 상황이 한국과 정반대다. 이명박 정부 당시 협상 파트너였던 버락 오바마 정부는 미국을 '영원한 세계적 존재'라 칭하며 글로벌 지도력을 중시해 동맹국과의 협상에서도 양보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미FTA를 '일자리를 죽이는, 재앙적인' 협정이라고 비판한 인물이다. 특히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과정에서 협상국과 큰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 정치적 지지층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경제적 돌파구로 한국을 표적으로 삼으려 한다는 우려가 크다. ▮협상조직 : 한국은 차관급 통상 대표 vs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챙겨협상 담당자의 협상력에 있어서도 양국은 대조적이다. 한국 측에선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 미국 측에선 대통령 직속기구인 USTR(무역대표부)의 마이클 비먼 대표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하는데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통상 현안을 챙기는 상황이라 협상력에서 한국과 비할 바가 아니다.한국은 지난 2010년 협상에서는 ‘장관급’ 통상교섭본부장이 협상을 총지휘했다. 하지만 외교부에 속해 있던 통상교섭본부를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부로 이관하면서 급을 '차관보'급으로 격하시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차관'급으로 격을 높이기는 했지만 위상이나 힘이 과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차관급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급으로 튼튼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미FTA 협상을 지휘했지만 이제는 규모가 축소된 조직으로 미국에 맞서야 한다.이에 반해 트럼프 정부의 무역 협상력과 조직은 최고 수준이다. 무역 이익을 정권의 제1목표로 삼는 트럼프 정부는 당선 이후 곧바로 백악관 내 협상 실무를 맡는 USTR 위에 NTC(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해 무역정책사령탑 역할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 지난해 5월에는 OTMP(무역·제조업 정책국)을 신설해 미국 노동자와 제조업체들을 보호하는 한편 경제 성장과 무역 적자 축소, 미국 제조업 및 방위산업 기반 강화를 위한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며 백악관과 상무부 간 연락 청구 역할을 하도록 부여하기도 했다. 미국의 통상 압력 수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외적변수 : 남북관계 급물살에 미국 불편한 시선...한국 통상서 양보 가능성 높아새해 들어 급변하고 있는 남북관계는 무엇보다 한미FTA 재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남북관계 진전에 대해 불편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트럼프 정부가 이를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방한시 한미FTA의 조속한 개정을 약속하는 등 통상과 경제 분야에서 미국에 양보하는 대신 대북정책에서 트럼프 정부의 양보를 얻어낸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한국을 배려해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 수위를 조절한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대북 안보 상황을 이용해 상당한 실익을 챙겼고 한국은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한발짝 물러섰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상황이 한미FTA 협상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