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공울렸다

美, 자동차·철강 비관세장벽 해소 요구
韓, 농업분야 추가개방 불가…ISDS 개편 제시

2019-01-04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오는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공식 일정에 돌입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한미 FTA를 ‘일자리를 빼앗는 협상’이라고 비판한 뒤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양국이 개정협상에 나선 것이다.이번 한미 FTA 개정은 미국 측의 주도로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 만큼 미국의 공세가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자동차, 농축산물 등의 부문에서 개정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서 한국 측은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을 막고 ‘투자자-국가소송제’(ISDS)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상호 호혜성 증진과 이익의 균형 달성을 목표로 협상을 추진하겠다”며 “미국 측 개정 수요에 상응하는 우리측 개정 수요를 발굴·제시하고 개정범위 축소·완화를 유도하겠다”고 이번 협상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이번 개정협상은 협정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는 ‘전면 개정’ 방식이 아닌 양국의 이해에 따라 일부 조항을 수정하는 ‘부분 개정’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측이 전면 개정에 필요한 무역촉진권한법(TPA)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개정 협상은 부분개정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도중에 전면개정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이번 1차 협상은 양측이 집중적으로 다룰 협정문 분야·조항을 제시해 향후 협상의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우선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러스트 벨트’(쇠락 공업지대) 부흥을 위해 자동차 분야를 집중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면제차량 수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또한 자동차와 철강 분야에 대한 원산지 규정 변경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산 부품 의무사용을 포함해 역내 부가가치 기준을 상향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가 미국 공장에서 대부분 국내 하청업체 부품을 사용하고 있어 원산지 규정 변경은 산업계에 큰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농축산물 추가 개방 요구도 협상 과정에서 미국 측이 압박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 한국 측이 농업분야 추가 개방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라 이를 빌미로 다른 분야에서 미국이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이외에도 잔여 관세 철폐 가속화와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조정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맞서 ISDS 개선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ISDS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 등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제도다. 한국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몇차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김 본부장은 국회 보고에서 한미 FTA의 독소 조항으로 해당 제도를 언급하면서 “손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또한 국내 농축산업계가 요구한 미국산 쇠고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기준 완화 등도 협상 카드로 가지고 있다.이번 1차 협상에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이 수석 대표로 참석한다. 미국 측은 무역대표부(USTR)의 마이클 비먼 대표보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