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들썩이는 물가...유통구조 개선 시급하다

2019-01-07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올해 1월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이에 편승한 외식물가와 식료품 가격 상승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업계에선 인건비가 올라가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고 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물가 문제는 불합리한 유통구조에 바탕을 둔 만큼 시급히 이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최저임금을 둘러싼 업계와 정부 간 갈등만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되면서 외식물가가 꿈틀대고 있다. 대표적인 한식 프렌차이즈인 놀부부대찌개와 신선설농탕은 전체 메뉴 가격을 평균 5.3%, 14%로 각각 인상했다. 패스트푸드도 가격 인상을 진행해 최근 롯데리아는 전체 가격을 평균 2% 인상했고 KFC와 모스버거도 동참했다.디플레이션은 돈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이는 생산 위축과 고용 감소 등으로 이어져 경기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래서 적절한 물가 상승은 경기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외식물가와 식료품 등 일부 물가의 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꾸준히 상회하고 있어 내수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특히 외식물가는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되기 전부터 최근 5년간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모습을 보여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2.4%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1.9%)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같이 외식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높은 현상은 최근 5년간 지속됐다. 우리나라 외식물가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도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7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EIU(Economic Intelligence Unit)와 컨설팅사 머서(MERCER)가 공동으로 세계 133개 도시를 대상으로 물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6번째로 물가가 비싼 도시로 나타났다. 특히 빵값(1㎏ 기준)이 14.82달러, 와인 가격(1병)이 26.54달러로 각각 1위를 차지했다.지난해 2월 소비자시민모임이 발표한 ‘세계 13개국 주요도시 농축산물 및 가공식품 가격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소비자모임이 13개국 주요도시의 농축산물(수입과일), 가공식품 및 수입 맥주 등 총 23개 품목 37개 제품에 대한 국제물가를 비교한 결과, 한국이 37개 제품 중 수입 과일이나 주류, 다국적 브랜드 가공식품 등 31개 제품에서 가격이 비싼 순으로 상위 5위 안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국산 돼지고기 삼겹살(1위), 자국산 돼지고기 등심(2위), 자국산 쇠고기 등심(2위), 자국산 돼지고기 안심(3위), 흰우유(5위)로 한국이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이같이 식료품값이 높은 원인 중 하나로 유통업체가 과도한 마진을 챙긴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우리나라 물류업체의 일반적인 수송체계는 제조공장에서 대리점이나 판매점까지 개벌적으로 직송하는 체계다. 유통구조가 단순하고 직거래가 발달한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생산지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6~7단계를 거쳐야 한다. 세금 부과를 피하기 위한 무자료거래 관행도 성행해 왔다. 또 제조업체가 생산과 유통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유통업체를 지배하는 제조업 지배형 유통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1996년 개방 이후 국내 유통시장에 외국 자본이 투입되면서 외국유통업체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형화된 결과다. 이와 관련, 최재섭 남서울대 교수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특징을 기업화와 대형 재벌유통기업 중심의 시장 지배력 강화로 설명한 바 있다.합리적인 물가 수준을 위해서는 이 같은 낙후된 물류체계를 현대적 시설을 갖춘 물류거점시설을 설치하고 포장‧물류과정에서 표준화 규격을 보급해 물류운용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