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1차 개정 협상 줄다리기 ‘팽팽’…산업계 반응은

“정부에 업종별 의견 전달해 반영되도록 할 것”
첫 탐색전서 입장차 확인…서울서 2차 진행

2018-01-07     이근우 기자

[매일일보 이근우 기자] 우리나라와 미국 통상당국이 지난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1차 협상을 했으나 별 소득없이 서로간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양국은 몇 주 안으로 2차로 만나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자동차 등 각 분야 개정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여 난항이 예상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1·2위 품목으로 미국의 대(對)한 무역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은 “자동차 분야가 미국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이슈”라며 “쉽지 않은 협상인 건 사실인 것 같다”며 언제쯤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예상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미 USTR도 협상 후 성명에서 “미국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 주요 산업용품 분야에서 더 공정한 상호 무역을 하고 그 외에 여러 또는 특정 분야 수출에 영향을 주는 무역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제안들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양측이 구체적 협상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미국 측은 자동차의 무역수지 적자 문제와 비관세장벽을, 우리 측은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와 무역구제 등을 관심 분야로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는 한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라도 미국의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라면 업체당 2만5000대까지 수입할 수 있도록 쿼터(할당)가 설정됐다.

미국 자동차 업계는 이 쿼터를 없애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리 이력 고지와 배출가스 기준도 그동안 USTR이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제기한 불만이다.

미국이 트럭에 대한 관세 연장을 주장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미 FTA는 발효 5년이 지나면서 양국의 자동차 관세가 모두 철폐됐지만, 미국은 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발효 8년차까지 유지하고 10년차에 폐지하게 돼 있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으로 부품 수요가 많지만 미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편이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자동차 부품 및 철강의 무관세 수출을 위한 역내가치포함 비율을 기존 62.5%에서 85%로 늘리고 부품의 50%를 미국에서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 측은 “미국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핵심 사항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이른바 ‘핀셋요구’보다 개정 이슈에 더해 한미 FTA 이행, 국내 비관세장벽 등 여러 통상 이슈를 한꺼번에 제기해 우리를 압박하려 할 것”이라며 “관세철폐 가속화, 원산지 기준 강화 및 자동차 관련 규제 완화 등을 공세적으로 요구할 가능성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 업계의 의견을 업종별로 적극 수렴해 정부에 전달함으로써 협상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힘써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