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4월 지각변동 이루나?
민주당 전당대회 성공적 마무리, 범여권 정계개편 탄력 받을 듯…
[139호 정치] 손학규發 범여권 정계개편이 흐지부지 되는 듯 보이면서 정계개편은 한때 실패할 가능성까지 점쳐졌지만, 민주당의 4ㆍ3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이른바 ‘범여권 대통합’ 움직임이 또다시 재촉발되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사실상 정계개편의 출발점이자 연결고리인 ‘민주당’, 즉 범여권 최대세력인 열린우리당의 전신격인 ‘민주당’을 배제한 통합 논의는 사실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열린우리당 탈당파, 국민중심당, 정치권 외부세력 등의 물밑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각 정파들은 이 속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 형국이다.
지금까지는 손 전 지사의 탈당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전혀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통합논의 과정을 보여줘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불거졌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범여권 진영은 다시금 정계개편이라는 의제를 던지며 정치권력을 새롭게 바꾸자는 모습이다.
물론 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향후 자신들의 이해와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그러니까 각 정파들이 다른 하나의 당근을 얻어내는 카드를 끄집어낼 가능성이 커,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고 마는 모습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민주-열린우리 탈당파 연대 움직임 ‘꿈틀’ = 일단 민주당이 새 대표를 선출한 만큼 범여권 통합 움직임은 다시금 활기를 되찾은 듯한 분위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4월께 중도개혁세력 통합의 윤곽이 어느 정도 나올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3일 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박상천 전 대표를 새 대표로 다시 뽑았는데,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중도개혁세력을 결집해 강력한 중도정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이 같은 가능성을 일정부분 뒷받침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중도개혁세력은 민주당, 우리당 탈당파, 국민중심당, 정치권 외부세력 등으로 꼽힌다.박상천 대표는 대표수락연설에서 “중도세력을 규합해 민주당이 중심이 되는 강력한 중도정당을 건설해 대선 승리의 길로 나가겠다”며 “12월에 이르러서는 단호히 배척했던 열린우리당과도 후보 단일화를 거쳐 반드시 정권 재창출의 쾌거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도 출연, 이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박 대표는 현재 열린우리당과의 ‘당대 당 통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민주당이 현 단계에서 통합 논의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건 범여권을 중심으로 한 정가의 공통된 시각으로 보인다.실제로 열린우리당마저도 그동안 범여권 정계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민주당 내부의 진용이 어떻게 구축되느냐에 따라 통합신당 추진의 가능성과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단언해왔다. 어쨌든 민주당 4ㆍ3 전당대회가 마무리됨에 따라 범여권 대통합의 그림이 그려지게 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는 주춤했던 열린우리당의 추가 탈당 움직임이 재촉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이런 까닭에 정치권의 전체적인 현 판세를 분석했을 때 일단 통합행보를 위한 민주당의 첫 발걸음은 우리당 탈당그룹과의 ‘접촉’쯤으로 요약될 수 있다. 꼭 박 대표의 발언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당 탈당파인 통합신당모임과 민생정치모임은 통합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민주당, 국민중심당과 함께 통합 교섭단체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범여권 통합 논의에 관여하고 있는 핵심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합교섭단체를 구성하자는 데 높은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좀 기다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계개편의 물살이 빨라지고 있다는 뜻이다.◇‘도로 민주당’ 가능성, 통합 걸림돌으로 작용하나 = 이처럼 우리당 탈당그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이 외견상 통합 교섭단체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제자리걸음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평이다. 정파간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통합논의 자체가 어떤 성과점을 가져올 지는 사실상 미지수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박 전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함으로써 민주당 ‘자강론(立志論)’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당안팎의 반발 여론이 만만치 않다.우리당 탈당파측은 박상천 신임 대표의 수락연설 내용에 대해 박 대표가 ‘민주당의 틀을 유지하면서 대통령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 중심으로 통합해 대선 후보도 내고, 열린우리당 후보와 경쟁한 후 마지막에 후보단일화를 논의하자는 것이다.때문에 탈당그룹 일각에선 ‘도로 민주당’ 가능성을 제기하며, 강한 거부감을 공개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 내에서도 이낙연, 신중식 의원 등이 ‘자강론’에 반발하고 있다. 각 정파가 기득권을 포기한 채 큰 틀의 대통합 신당을 만들어가자는 범여권의 대통합론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자강론’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이다.탈당그룹인 통합신당 모임과 민생정치모임 쪽의 반응은 한마디로 ‘민주당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느냐’는 것으로 압축된다. 민생정치모임 정성호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중심의 통합이 과연 민주당 내에서 어느 정도 지지를 받을 건지 의문이고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상황이 이렇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독자노선’을 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탈당파인 통합신당모임에서는 5월 국고보조금 지급 등에 대비해 민주당을 배제한 독자적 신당을 추진하자는 주장마저 흘러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그러나 이 같은 ‘대립’은 단지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소수정당인 민주당으로서는 몸값을 올리는 동시에 주도권을 잡겠다는 숨은 의도로서 ‘자강론’을 제기하고 있고, ‘자강론’에 반대하는 쪽 역시 민주당에 밀리지 않겠다는, 이른바 정파간 이해다툼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렇기 때문에 범여권의 통합 논의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교착국면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탐색기간이 마무리되는 시점부터 통합논의가 급속도로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상천 대표가 특유의 협상력과 추진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