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비하’ ‘현정권 타도’ 말한 강동순 사퇴 ‘공방’

열린, “즉각 사퇴하라”…한나라, “불법녹취 막아내야”

2007-04-07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폴리뉴스]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해 11월 술자리에서 현 정권과 호남지역을 비난한 발언이 세상에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6일 국회 문화관광위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강 위원의 사퇴여부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은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병역 면제 사실까지 밝히며 강 위원에게 사퇴할 것을 강력 촉구했다.반면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강 위원에게 소명기회를 주며, 사생활보호 등을 이유로 들어 그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열린우리, “사회적 책임지고 강 위원 사퇴해야”

이날 오후 속개된 문광위 전체회의에서 윤원호 열린우리당 의원은 “오전 내내 우리당 의원들이 강 위원의 사퇴를 요청했는데, 그간 사회지도자가 사적인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며 “강 위원은 결코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이에 강 위원이 고려해보겠다는 취지로 답하자 윤 의원은 “이런 말까지하기는 싫었다”고 전제한 후 “강 위원의 병역기록에 대해 검토했는데 지난 1966년 정신분열증으로 군 면제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나는 강 위원이 아직 완치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이같이 윤 의원이 강 위원에게 공직에서 물러나라고 한 배경에는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의 구가정보 유출의혹과 관련, 가 방송위회와 검찰에 제출한 녹취자료가 자리하고 있다. 녹취록은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신현덕 전 경인방송 공동대표를 비롯,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 윤모 KBS 부장 등과 저녁을 하며 나눈 대화내용이다.이날 회의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강 위원은 ‘우리나라에 진짜로 민주화가 되려면 호남 사람들이 깨야 된다’ ‘저 DJ는 곧 죽을 거요’ ‘열린당 놈들이’ ‘한나라당 아직도 골빈당인가’ ‘우파가 지면 100년간 우파 목소리 못 내게 된다’ 등 호남폄하 및 현 정권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이 묻어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이런 맥락에서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와 유사한 발언을 노무현 대통령이 사석에서 하면 괜찮은 것이냐”고 반문하며 “강 위원이 한 이런 발언들이 생중계로 방송돼 그것을 보는 가족들의 심경은 어떻겠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또 같은 당 김재윤 의원은 “녹취록을 통해 보면, 미국에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려 달라고 요구한 대목 등은 전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며 강 위원의 즉각사퇴를 요구했다.이에 강 위원은 “정제되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며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책임을 느낀다”면서도 “방송위원이 된 후 지금껏 공과 사는 구분해왔고, 그날 술자리는 지극히 사적인 자리였을 뿐”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강 위원은 특히 “녹취록의 내용 중에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들도 포함돼 있어 그 진위여부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 “불법녹취는 잘못”…사생활 보호 강조

이날 회의에서 열린우리당과는 달리 한나라당은 강 위원을 간접적으로 지지해주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생활 보호 및 통신, 대화 비밀의 보호를 주장하고 나선 것.검사출신인 장윤섭 한나라당 의원은 “직장후배, 학교 후배와 술자리가 폭로된 것은 ‘꿈같은 일’이다”며 “불법도청 녹취록의 공개는 한국사회의 야만성과 후진성 드러내는 것인데 또다시 국회에서 이런 일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어 “사생활의 보호, 통신비밀의 보호 등 헌법적 가치가 국회에서 이렇게 훼손된다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봐서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강 위원을 대변했다.같은 당 최구식 의원도 “이 정권 들어서 양심의 자유, 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 등을 중요시하면서 왜 지극히 개인적인 사적자유에 대해 국회에서 논란거리로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강 위원을 편들었다. 강 위원은 이에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라며 “오늘 국회에서 큰 인생 공부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사적 대화가 녹취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한편 회의장에서는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과 이재웅 한나라당 의원이 서로 격한 말싸움을 하기도 했다.이재웅 의원이 질의 도중 “정치적 야심이나 관심이 있다면 다들 (누군가를 몰래 욕하는) 그런 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정청래 의원은 “이재웅 의원만 현 정부를 욕하는 소리를 한다고 정정하라”며 사과를 요구했다.이에 이 의원은 말꼬리 하나를 물고 늘어지는 정 의원에 태도를 비난했고, 정 의원은 거듭 자신의 실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이 의원을 끝까지 몰아세웠다.

미디어오늘 강동순 관련 기사, “우리는 한 배…좌파세력 몰아내야”

강동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등 방송계 인사들이 지난해 11월9일 서울 여의도 일식집 '유메'에 모여 한나라당 대선 전략을 모의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강 위원은 차관급 고위공직자로서 엄격한 정치중립성을 지켜야 할 신분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5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일식집 모임에 참석한 사람은 강 위원,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 신현덕 전 경인TV 공동대표와 KBS Y부장, 외주제작업체 J대표 등이다. A4용지 68쪽 분량의 녹취록은 경인TV 대주주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의 국가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된 자료의 일부로서 CBS가 방송위에 제출했으며, 검찰도 수사자료로 삼은 것으로 확인됐다. 녹취록에는 백 회장에 대한 내용과 한나라당 대선 전략을 논의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참석자들이 "우리는 한 배"라고 말하며 한나라당 대선 승리를 도와야 한다고 말하자 강 위원은 "한 배가 아니라 우리 일"이라며 "도와준다는 거는 남의 일이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또 강 위원은 유 의원에게 "나는 한나라당 의원님들보다도 더 강성이다.…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생리에 맞지 않는다"면서 "우리 자식들이 이 땅에서 밥 먹고살려면 이 좌파들 몰아내지 않으면 우리가 못 산다"고 말했다. 강 위원은 "당에서 방송에 좀 관심을 가져달라. 왜냐하면 김대업 사건 같은 거 또 일어나면 이걸 뭐 확인할 시간도 없고 재판으로 하면 버스 떠난 다음에 손드는 거"라며 "방송이 아직도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유 의원에게 대선 홍보를 위해서는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강 위원은 "지금은 하느님을 믿어도 하느님이 정말 존재하는가 그거를 성경으로 입증해준다고 믿는 게 아니다. 어떤 성당의 그냥 어마어마한 정문이나 또 어떤 아주 아름다운 뭐 찬송가나 성가 이런 걸 듣고서 거기서 감성적으로 믿기 시작하는 것이다. 난 정치도 이제는 감성의 시대라고 본다"고 말했다. J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노 대통령이) 까만 바탕에 아침이슬 부른 것 때문에 한 몇 백만표 봤다"고 말했고 Y부장은 "전략 면에서는 (기자를) 쓰되 전술 면에서는 PD를 써야 된다"고 조언했다. 강 위원도 "굉장히 중요하다. 지난 번에 (대선 패배의)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정말로 선거 전략상의 아마추어가 봐도 말도 안되는 전략, 홍보전략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한나라당 대선 승리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얘기하기도 했다. 그는 "정말로 방송이 중요한데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 (방송보도) 모니터팀을 운영해야 한다. 왜냐하면 문제제기를 하려면 근본 단추를 갖다가 처음에 잘 꿰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Y부장은 "아까 (강동순) 위원님 말씀하신 모니터링이라고 하는 게 사전에 방송내용을 가지고 이게 허위 내지는 어디 상당히 편향돼 있는 거를 방송을 하면 그걸 계속 지적하는 시스템을 갖춰나야 박(근혜) 대표가 됐든 이명박 전 시장이 됐든 걔네들이(열린우리당) 터뜨리는 것이 방송에서 그걸 채택 못하게 그런 풍토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대화내용을 보면 J대표는 "우리 박 대표가 되든 이명박이 되든 일단은 우파가 잡아야 한다"고 말하자 강 위원은 "그럼"이라고 화답했다. 유 의원이 "대승적으로 내년에 도와달라"고 말하자 강 위원은 "후진하는 자동차는 타지 않는다. 운전기사가 누구든 간에 전진하는 차를 잡아야 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누구든 간에 내부 경선에서 승리한 사람이 대선에서 승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강 위원은 유 의원과의 대화 과정에서 "정말로 이제 우리가 정권을 찾아오면 방송계는 하얀 백지에다 새로 그려야 된다"면서 "지금 최문순(MBC 사장)이나 정연주(KBS 사장)나 이거 껍데기야. 아무 힘도 못 쓴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강 위원은 한나라당 추천으로 방송위원이 됐지만 정치적 중립성과 방송의 공정성 공공성을 지켜나가야 할 신분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원회의 정치중립성에 대해서는 강 위원 본인도 해당 녹취록에서 얘기했다. 녹취록에는 강 위원이 "우리는 선거를 앞두고 휘말리지 말아야 된다. 우리가 어떤 배경으로 여기에 왔던 간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조창현 방송위원장에게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호남비하발언 관련 녹취록>

신 전 대표: 저 DJ는 곧 죽을 거요. 왜냐 하면, 아니.

강 위원: 투석한다고?

신 전 대표: 일주일에 세 번씩 투석하거든. 그래서,

강 위원: 그런데 얼굴은 멀쩡하던데.

○○○: 뭐 멀쩡해? 퉁퉁 부었잖아요.

○○○: 투석을 하면 오래는 살아.

신 전 대표: 아니 벌써 3년, 4년 됐거든요. 그런데 이 투석을 하는데 하고 나면 한 6시간 동안 꼼짝을 못하는 거요. 그래서 투석하고 정신 차려가지고 KTX 타고 광주 갔다 딱 가가지고 그 다음 날 올라와가지고 또다시 투석하는 거요. 그래서 1박2일로 딱 그렇게밖에 못가는 거예요.

강 위원: 이 호남의 좀 양식 있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냈어요. 호남이 저렇게 가면 안 된다고. 다 썩은 DJ 얘기에 휩쓸려가지고.

○○○: 참 그거 바꾸기는 진짜 힘들더라고.

강 위원: 아니, 우리나라에 진짜로 민주화가 되려면 호남 사람들이 깨야 된다고.

○○○: 참 이상하데.

○○○: 요즈음에 근데 호남에서도 요즈음에 빨리 DJ 좀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 그런 사람들이 좀 생긴데.

○○○: 있어요.

○○○: 생긴데.

강 위원: 아니 지금 뭐 이번에도 신문에 보니까 팔십 몇 % 햇볕정책 반대하는 걸로 핵실험 직후에 났다가 DJ가 얘기하니까 육십 몇 %로 뚝 떨어졌다. DJ 아직 영향력은 있다고. 치매 걸린 영감이야 이제.

신 전 대표: 제가 여수 가서,

강 위원: 호남사람들 심하게 얘기하면 김정일이가 내려와도 우리 동네에는 포 안 쏜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구요. 이런 거는 누가 한반도를 통제해도 우리만 안 건드리면 된다. 이런, 이런 호남 사람들 이게 문제라고 이게.

송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