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계획 없는 정규직 전환, 누구를 위한 것인가?  

2019-01-08     박수진 기자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IBK기업은행이 지난주 무기계약직 직원 3300여명에 대해 올해 상반기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밝히며 기분 좋은 새해 출발을 알렸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정규직 전환은 알겠는데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정규직 전환’, 이 한마디가 전부다.  기업은행 노사는 2016년 하반기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해 왔다. 일찌감치 정규직 전환을 발 빠르게 추진해온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뒤늦게 실시해 기업은행의 정규직 전환 규모와 세부계획에 대해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특히 기존 정규직 입장을 어떻게 반영할지 그리고 준정규직의 처우는 어떻게 변화되는지 관심이 집중됐다.하지만 노사가 정규직 일괄전환 사항에 대해 노사 간 합의 사항만 알리고 세부 계획은 밝히지 않으면서 정규직 및 준정규직 직원들 사이에서 각종 오해와 루머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우선 준정규직의 경우 정규직 전환이 단순히 ‘신분전환’의 개념으로 새로운 직급 신설이 아닌 기존 인사체계의 변화로 기존의 임금체계는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업무 부담만 가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규직 직원의 경우 이번 일괄전환으로 준정규직의 연봉은 인상되나 업무에는 변화가 없어 어려운 시험을 뚫고 합격한 정규직 직원들에게는 불합리한 처사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 노사가 일반 정규직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는 데 합의하면서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힘을 실었던 것과는 상당히 대조된다.문제는 기업은행이 이런 내부 불만은 무시한 채 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협화음이라고 치부, ‘비정규직, 정규직 일괄전환’이라는 결과에만 의의를 둔다는 것이다. 이 모습에서 사측과 노조 그리고 현장 직원들 간의 소통, 이해와 타협은 찾아 볼 수 없다. 오직 일방통행만이 있다. 평소 김도진 은행장은 현장경영을 통해 직원과 고객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직원들과도 소통이 안되는 기업은행이 과연 고객과 소통이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기업은행은 이번 정규직 일괄전환 문제 내부 갈등 해소에 앞서 우리은행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고객 직원과의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다. 직원과의 소통이 먼저 돼야 고객과의 소통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