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몸집불리기’, 제 살 깎아먹기 되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회원유치 경쟁…2차 카드대란 가져올 수도
2008-04-13 송문영 기자
최근 카드사들의 회원유치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제 2차 카드대란’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강화로 대출시장이 악화된 은행권 또한 수익성 높은 신용카드 사업에 열을 올리면서 경쟁은 더욱 과열되고 있는 상황.특히 카드사마다 회원확보를 위해 매년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자칫 수익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지난 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5개 전업카드사(BC카드 제외)들이 회원 모집을 위해 사용한 비용은 무려 2천403억원 가량. 이는 지난 2005년의 1천660억원에 비해 44.9%나 증가한 액수다.카드사별로는 LG카드가 691억2천여만 원으로 가장 많은 유치비용을 썼으며, 현대카드가 약 527억4천만 원, 롯데카드가 523억7천만 원, 삼성카드 338억2천만 원 순이었다.지난해 증가한 카드회원수는 총 533만7천여 명이었으니 카드사가 회원 한명을 유치하기 위해 사용한 모집비용은 평균 4만5천원 꼴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카드사 간 경쟁 과열로 연회비를 면제해주는 카드도 적지 않으니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케이스.카드회원의 모집비용이 이처럼 크게 증가한 까닭은 카드 모집인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들에게 지급되는 수당 또한 급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금감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현재 모집인 제도를 운영 중인 13개 카드사가 지난해 상반기 동안 지출한 회원 모집수당은 2005년 전체 모집수당의 6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스타마케팅’을 이용한 대대적 광고와 각종 할인혜택, 부가서비스의 제공 등도 카드 모집비용을 증가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창구직원을 활용해서 카드회원을 유치해 상대적으로 모집수당이 적게 들어가는 은행권 카드사들은 스타급 연예인을 기용해 공격적인 광고를 펼치고 있다. 현재 국민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비ㆍ보아, 조승우 등을 앞세워 지상파 TV광고를 내보내고 있으며 우리은행도 업계 최고 수준인 150억 원 정도를 광고비로 책정해 대규모 광고를 진행할 계획이다.한편 영화관과 패밀리 레스토랑, 놀이공원, 백화점 및 대형 할인점 등 각종 시설에 적용된 할인혜택과 포인트 경쟁 또한 카드 모집비용으로 편입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이처럼 치열한 카드사들의 회원모집 경쟁에 대해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드 부문은 일반 은행 업무보다 자산 대비 이익이 서너 배에 달할 정도로 수익이 크다”며 “그러나 과거 전업계 카드사가 회원 늘리기에 치중하다 카드대란 사태를 불러왔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과도한 경쟁으로 카드사 수지가 악화되고 과거와 같은 사태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미 몇몇 은행과 전업카드사에 주의조치를 내렸다”며 “앞으로도 카드업계의 과도한 비용 증가 실태를 매달 모니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