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부관참시' 故 신경무 화백 별세에 누리꾼 도 넘는 비난

2011-02-13     서정철 기자
[매일일보] 대표적인 보수만평가로서 15년 동안 조선일보에 만평을 그려온 신경무 화백(55)이 12일 급성백혈병으로 별세한 뒤 일부 몰지각한 누리꾼들의 악성 댓글과 패러디물이 온라인을 휩쓸고 있다.

13일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신 화백 별세소식에 대한 소감글이 줄잇고 있다. 고인의 활동영역이 그림이었던 만큼 포털 게시판 등에는 신 화백의 만평을 패러디한 그림도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글과 그림은 극도의 증오심을 담아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는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시신사진까지 올려놓으며 망자를 욕보인 몰지각한 보수 누리꾼들의 행태와 빼닮았다.

진보성향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익명성 아래 거리낌 없이 고인에게 가시 돋친 증오심을 쏟아내고 있다. 정당한 비난이나 풍자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저급한 인신공격에 치우치고 있다.

아이디 'ojs****' "무덤이 어디죠? 가서 똥이나 싸고 와야 겠어요... 위치 정보 있으면 부탁 드립니다... 무덤 앞에서 휴지하고 신문지 팔면 돈 좀 되겠는데요..ㅋㅋ"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parkma****'는 "잘뒈졌다 쓰레기같은 XX"라고 조롱했고, 'myloves****'는 "백혈병이 천벌이다"이라며 고인을 욕보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경축' 등의 용어를 써가며 고인의 죽음을 반색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 같은 글에 보수성향의 누리꾼들이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올렸던 악성 댓글 등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포털사이트는 난장판이 되고 있다.

일부 뜻있는 누리꾼들은 이같은 상황이 '인터넷 부관참시'와 다를다 없다며 혀를 차고 있지만 소수에 그치고 있다.

다음 아이디 'chocho****'는 "우리나라가 동방예의지국이고 아무리 미운사람이라도 망자가 되었을 땐 마지막 명목은 빌어 주던 게 우리네 인심이었는데....세상 살기가 얼마나 퍽퍽하고 힘들었으면 사람들 감성도 마르고 모질어져 버렸다....이렇게 되어버린 세상이 서글퍼 지는구만"이라고 한탄했다.

신 화백과는 반대로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만평가로 활동해온 프레시안 손문상 화백은 "망자에 대한 도를 넘는 비난은 예의가 아니다"며 "삶과 기본적인 예의가 있는 것인데 일과 연관 지어 죽음에 대해 지나치게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 화백은 "신경무 화백이 조선일보에 그 가치에 따라 그림을 그렸지만 그 책임은 역시 신 화백의 몫이다"며 "그의 책임을 죽음과 연관 지어 악의적이고 지나친 표현의 댓글을 쓰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신 화백은 생전에 만평을 통해 진보진영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왔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때로 지나치게 선동적인 표현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만평에서는 고인을 추모하는 내용을 담는 등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갖췄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