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가상화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다
[매일일보 정희채 부장] 가상화폐 열풍이 지난해 연말부터 새해 들어서도 여전히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강력 대응책을 마련, 적용한다고 하자 급등하던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세로 돌아섰다.
정부 입장에서는 현물도 아닌 가상공간에 존재하는 화폐에 대한 국민들의 투자가 투기로 비춰져 향후 일어날 일에 대한 방어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의 가상화폐의 가격은 ‘김치 프리미엄’이라 불리며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가격을 유지하다가 최근 대한민국 정부와 중국, 미국 등이 가상화폐 규제를 강화하자 급폭락도 서슴지 않고 있다. 즉 피해를 보는 투자자는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물론 정부는 지속적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경고를 보냈다.
문제는 왜 이 지경까지 오도록 그동안 정부와 금융당국 등은 무엇을 했는지가 궁금하다.
지난 2016년 11월 금융위원회는 가상(디지털)화폐 TF회의를 개최해 미국과 일본 등의 제도 변화를 살피며 국내 실정에 맞는 규제를 추진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3년 전부터 가상화폐가 향후 4차 산업시대 새로운 이슈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는 2017년 9월 가상통화현황 및 대응 방향으로 거래의 투명성 확보 및 소비자 보호 장치 마련과 소비자피해방지를 위한 관계기관 합동 조치 등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겠다고 했다.
그해 같은 달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회의를 개최 후에는 가상화폐관련 증권 발행 형식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ICO 새로운 가상화폐 등록 금지와 금전 대여·코인 마진 거래 등 신용공여 금융 및 금융회사의 영업·업무제휴 등을 전면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극심해지자 정부는 거래소 폐쇄나 가상화폐 실명제 차단 등을 내세우면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 사실만 보더라도 정부와 금융당국이 가상화폐에 대해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지 못한 채 준비 또한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급상승하던 가상화폐 가격이 추락세를 보이면서 이제 새로운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는 개인의 결정한 일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어디에 하소연 할 곳도 없다. 정부도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몫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정부가 2016년부터 제대로 된 가상화폐 대응책을 마련했다면 광적인 투자 열풍이나 가격 급등과 급락에 따른 피해가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았을까.
아직 가상화폐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가격 폭락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가 이제라도 최선의 대응책을 마련, 더 이상 투기가 아닌 건전한 투자가 될 수 있도록 주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