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 또 공정위 제재 받는다
2019-01-18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독점적인 특허권으로 경쟁사를 배제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조가 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는 다국적 반도체 제조업체 퀄컴이 이번에는 엔엑스피(NXP)와의 인수로 모바일 반도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시정조치를 받았다.18일 공정위는 퀄컴 리버 홀딩스 비 브이(이하 퀄컴)이 지난해 5월 보안 반도체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엔엑스피 세미컨덕터 엔 브이(이하 ‘NXP’)를 인수한 후 기업결합 심사를 통해 시장경쟁 제한성을 판단한 결과, 퀄컴에 엔엑스피(NXP)가 보유한 일부 특허를 매각하고, 라이선스를 제공할 때 경쟁사업자를 배제하지 않도록 시정조치했다고 밝혔다.공정위는 모바일 반도체 분야에서 시장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퀄컴이 2016년 보안 분야에 강점이 있는 NXP와 기업결합하면서 모바일 기기 탑재 반도체(베이스밴드 칩셋, NFC 칩, 보안요소 칩)시장에서 경쟁제한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퀄컴이 NXP의 소극적인 기존 라이선스 정책을 적극적으로 바꿀 수 있고, 경쟁사에 상호호환성 보장을 위한 기술이나 라이선스를 거절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퀄컴과 NXP의 라이선스 정책을 비교해보면 퀄컴의 경우 반도체 공급하더라도 이와 별개로 라이선스도 요구하고 있다. 또 경쟁사에 대해서는 라이선스를 거절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사의 특허를 보호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면에 NXP는 보품을 공급하면 라이선스를 따로 요구하지 않고, 경쟁사에게도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등 방어적 목적으로 라이선스를 추구하는 정책을 펼쳐왔다.또 부품 간에 상호호환성을 보장해줄 정보나 기술지원을 경쟁사에는 제공하지 않거나 MIFARE(NXP의 대표적인 인증기술로, 대중교통 승차나 출입관리 등에 사용)기술에 대한 라이선스를 거절할 수 있어 이 경우 보안 칩 시장에서 경쟁사업자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이에 공정위는 퀄컴에 △NXP 보유 NFC 표준필수특허 및 시스템 특허 매각 △기타NFC 특허권 행사 금지 및 무상 라이선스 제공 △칩 판매와 라이선스 연계 불가 △경쟁사 제품 간 상호호환성 저해 행위 금지 등의 시정조치를 내렸다.퀄컴과 엔엑스피가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는 모바일 산업의 핵심 기술로, 이번 조치를 통해 해당 시장에서의 경쟁제한 우려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한편 퀄컴과 공정위의 껄끄러운 관계도 주목된다. 현재 퀄컴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공정위로부터 1조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오는 6월 서울고등법원에서 불복 소송에 대한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