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자문형 랩 시장 주도권 쟁탈 방안 ‘양’ VS ‘질’

2012-02-18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미래에셋증권 박현주 회장의 발언으로 시작된 자문형 랩 시장 주도권 쟁탈 방안이 증권사 마다 접근방식이 틀린 것으로 나왔다.

‘수수료 인하’라는 상대적으로 양적 측면을 강조한 후발업체와 수수료 인하 대신 서비스 향상이라는 ‘질’적 측면을 강조한 선두업체의 신경전이 대단하다.

이 달 초 미래에셋증권 박현주 회장의 “자문형 랩 수수료가 너무 높다”며 “미래에셋이 자문형 랩 수수료 인하를 주도하겠다”는 발언 다음날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은 “수수료 인하를 논하기에는 이르다”고 반박했다.

수수료 인하 발언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수료 대전의 첫 포문을 연 것은 박 회장이었다. 미래에셋은 보도자료를 통해 14일부터 자문형 랩 수수료를 1.9%로 낮춘다고 밝혔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현대증권은 미래에셋보다 더 낮은 1.0~1.5%로 랩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17일 SK증권 역시 수수료 대전에 뛰어들게 됐다. SK증권은 기존의 연 2.0%의 자문형 랩 상품의 수수료를 최저 0.99%라는 1%의 벽을 깨면서 화끈하게 뛰어들었다.

증권사가 경쟁적으로 수수료 경쟁을 펼치는 이유는 증권사 수익체계가 브로커리지(주식매매 수수료)중심에서 다변화 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필연적인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 증권업계는 전통적인 수익체계인 브로커리지 분야만 고수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생존 할 수 없어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에 따라 IB, 자산관리 등의 분야로 증권사들이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자문형랩’ 시장에 자연스레 여러 증권사들의 시각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2010년 12월말 기준으로 랩 시장의 규모는 5조원을 넘겨 추후 시장의 상황에 따라 10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랩 시장에 대해 삼성증권을 제외한 증권사들의 대응은 한발 느린 것으로 보여진다.

작년 12월말 기준으로 삼성증권이 2조7000억원으로 랩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가운데 그 뒤를 우리투자증권 9133억원, 한국투자증권 8400억원의 잔고를 기록했다.

펀드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자산관리의 명가로 손꼽혀온 미래에셋증권은 5091억원, 업계 선두업체 대우증권 역시 380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자문형 랩 시장에 한발 늦게 들어온 후발업체로서는 단숨에 이슈를 끌고 분위기 전환 카드용으로 ‘수수료 인하’를 빼낸 것으로 보여진다.

지금까지 분위기는 일단 수수료 인하 카드가 먹혀 들어가는 것으로 보여진다.

17일 미래에셋증권은 이번주 들어 하루평균 자문형 랩 가입액이 약 30% 늘었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역시 자문형 수수료 인하 이후 하루평균 유입액이 10억원 남짓에서 사흘간 100억원이 신규 설정되면서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삼성증권을 비롯한 선두업체들은 수수료 인하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랩을 선보이면서 서비스의 부문의 질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MIKT ETF’ ‘G2 ETF’이란 명칭의 해외직접 투자 랩 상품을 내놨다.

'MIKT'는 멕시코,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를 가르키는 용어로 신흥경제보다 진화한 성장경제로 전망받고 있다. MIKT ETF는 미국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해당 국가 관련 ETF 매매를 통해 운영된다.

‘G2 ETF’는 G2로 불려지는 미국과 중국관련 ETF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미국시장의 안정성과 중국시장의 역동성을 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수수료 인하보다는 서비스를 강조해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가입고객이 해외주식 양도소득신고대행 신청 시 제휴 세무법인을 통하여 무료로 신고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방식으로는 자문형 랩에 적립식 펀드개념을 더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랩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초 가입시 500만원 이상을 불입하고 그 후 매월 50만원 이상을 자유적립식으로 납입하는 방식인 ‘빌드업 랩’을 선보였다.

일반적으로 랩 상품에 가입할려면 가입금액이 상대적으로 펀드에 비해 높아 일반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도 쉽게 접근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

랩 상품에 관심은 있지만 최소 가입금액이 5000만원, 1억원으로 설정되어 있어 선뜻 가입하지 못한 일반투자자들을 최소 가입금액을 낮추고 매월 일정액을 적립하는 것으로 부담을 낮춰 투자심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한편 이번 랩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수수료 인하나 서비스 질 향상이 투자자의 입장에서 반갑기는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