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특별기획] 임기만료에 특정분야 줄사퇴까지...公기관장 공석사태 갈수록 확산

2018-01-22     변효선 기자
[매일일보 변효선‧박수진‧이아량‧박동준 기자] 정권 교체 이후 시작된 공공기관장 공석 사태가 최근 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찌감치 공석이 된 기관장 자리에 후임 인사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임기가 남은 기관장들의 줄사퇴로 공석 사태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는 '인위적인 물갈이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인사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속도는 줄지 않고 있다. 반면 후속 인사는 '띄엄띄엄' 나고 있어 속도가 정체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11개월째 기관장이 공석인 공공기관이 있는가하면 특정분야에서는 공공기관 전체가 기관장 공석 사태를 맞은 곳까지 나타나고 있다.

▮발전 분야 공기업 전원 공백사태

산하 공공기관의 기관장 공석이 가장 심한 곳은 산업통상자원부다. 현재 산업부 산하 41개 공공기관 중 18개 기관이 리더 공백 상태다. 특히 전력 분야의 경우 발전 공기업 7개 회사가 모두 수장 자리가 비어있다. 이들은 지난해 6월 개획재정부 2차관으로 보직 변경된 김용진 전 한국동서발전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임기를 남긴 채 스스로 자리를 떠났다.

가장 먼저 지난해 9월초 한국남동발전(장재원), 한국남부발전(윤종근), 한국서부발전(정하황), 한국중부발전(정창길) 등 한전 자회사 4곳의 사장이 1년 이상의 임기를 남기고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이어 지난해 12월초 조환익 한전 사장이 3개월가량의 임기를 남긴 채 퇴임을 결정했다. 최근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이관섭 한수원 사장까지 임기를 1년 10개월 남기고 사임하면서, 전력 관련 공기업 사장 자리가 모두 공석이 됐다.이들 기관장의 사퇴에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탈원전'과 '친환경'으로 대표되는 새 정부의 정책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일례로 한국수력원자력 이관섭 사장의 경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정부의 의견에 반대되는 의사 표시를 거듭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사임압박을 받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취임 후 공공기관장과 간담회를 열고 국정철학을 공유했으며, 이를 통해 같이 가실 수 있는 분들은 같이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국책연구원 기관장도 줄사퇴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기관장 공석 사태도 심각한 수준이다. 사퇴의 시작은 국책연구원의 인사권을 가진 김준영 경제인문사회연구원장(잔여임기 1년 11개월)이었다. 이어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장(1년 6개월), 현정택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1년 6개월), 김상호 보건사회연구원장(6개월), 유병규 산업연구원장(1년 4개월), 손기웅 통일연구원장(2년 3개월) 등 국책연구기관장들이 줄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국책연구기관은 정책 개발을 통해 정부를 측면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정권교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정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 기관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정권에서 진보정권으로의 큰 변화가 있었다는 점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예고된 상태였다. 하지만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최대 11개월...금융, 교통건설분야 리더십 공백 장기화리더십 공백 장기화 문제는 금융분야와 교통건설분야 공공기관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조폐공사가 9개월째 퇴임보류 상태이며 한국투자공사와 한국증권금융이 각각 4개월, 2개월째 기관장 공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교통건설분야에서는 한국감정원과 한국철도공사, 한국도시철도시설공단 등이 각각 11개월, 6개월, 3개월 가량으로 공백 기간이 더욱 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2주일)에도 기관장 공석 사태가 발생했다.후임 기관장 인사가 시급한 상황. 하지만 후속 인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없어서는 아니다. 오히려 자리를 원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관계자는 "정권 창출에 도움이 됐던 인물들이 공석이 된 공공기관장 자리를 너도나도 원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비판여론도 감안하다보니 속도가 더욱 늦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비판을 의식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