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특별기획] 公기관 리더십 장기공백 '한국판 셧다운'

2018-01-22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중앙부처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공석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국판 셧다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크게는 수십조대의 공들인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하는가 하면, 언제 결론 날지 모를 기관장 인사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조직 문화가 이완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특정분야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줄줄이 사퇴하며 공석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정권 교체에 따른 공공기관장 물갈이는 관례가 돼 가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 인사들이 물러나고 이른바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 대체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 임기가 충분한 남은 공공기관장들의 자의반 타의반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문제는 물러나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보수정권에서 진보정권으로의 변화, 특히 촛불혁명의 결과로 정권이 갑작스레 교체되면서 줄사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만 하더라도 전체 41개 공공기관 중 18개 기관이 기관장 공백상태다. 새 정부의 탈원전과 친환경 에너지정책이 직격한 발전 분야에서는 기관장이 남아 있는 곳이 한 곳도 없을 정도다.

또한 정부의 국정철학을 다듬는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서도 기관장 공석사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잔여임기가 1년 이상 남은 기관장들 상당수가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다른 분야에서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공석인 기관장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럼에도 후속 인사는 거북이 걸음이다. 공공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자리를 원하는 인사들이 너무 많은 게 인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말이 나돈다. 정권창출에 도움을 줬으니 너도나도 한발씩 걸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기관장 인사에서 이같은 이야기가 확인된다. 이른바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다. 이에 따른 비판적 여론은 인사의 속도를 더욱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후속 인사가 지연되면서 1년 가까이 기관장 공석사태가 이어지는 등 곳곳에서 리더십의 장기부재로 인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수년간 공들여 오던 대형 프로젝트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또한 상당수의 공공기관들에서 연말 또는 연초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업무를 손에서 놓는 직원들이 목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