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조' 보해저축은행, 뱅크런에 당했다

[초점] 2~3일 사이에 수백억 예금인출 사태로 영업정지 충격

2012-02-20     김백선 기자
[매일일보] 국내 1위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자산 규모 1조 원대로 광주·전남 대표 저축은행 가운데 한 곳인 보해저축은행이 직격탄을 맞았다.

불과 2∼3일 사이에 수백억원이 빠져나가는 '예금인출 사태'(뱅크런)로 설마했던 영업정지가 현실화됐고, 지역 경제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금융 당국 "지급불능 예상, 영업정지"

금융위원회는 19일 오전 임시회의를 열고 부산저축 계열사인 부산2, 중앙부산, 전주저축 등 3곳과 광주·전남 제2금융권 대표주자인 보해저축 등 4개 저축은행을 추가로 부실 금융기관으로 정하고, 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부과했다.

금융 당국은 "유동성 상황이 대전, 부산저축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했지만 17일 이후 예금인출 사태가 지속된데다 유동성 현황과 수신잔액, 외부차입 가능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단기간에 예금이 지급불능에 이를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달 안으로 경영개선계획에 대한 추가 입증자료를 제출하면 경영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BIS비율 등 경영상태가 건전하고, 충분한 유동성이 확보되는 경우 영업정지 기간 이내더라도 영업 재개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기 시정조치가 부과된다.

◇"전 재산인데" 뱅크런 현실화

지난 17, 18일 이틀간 부산저축 영업정지에 이어 보해저축의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목포시 무안동 본점과 광주지점 등에는 서민 예금자 수백 명이 몰려와 예·적금을 빼가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부산저축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 17일 목포 본점에서만 100억 원 가량이 인출된데 이어 18일에는 예금자 10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하룻동안 본점과 광주지점을 합쳐 무려 290억 원이 빠져 나갔다.

볼멘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광주에 사는 김모씨(65)는 "전 재산 9000만 원을 부인과 반반 나눠 예금한 뒤 이자 32만 원으로 생활비를 충당해 왔다"며 "예금자 보호법으로 원금과 이자는 다행히 찾을 수 있다지만 영업정지 6개월간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예금자 정모씨(69.여)는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질 정도로 위험했으면 이미 고객들에게 알리는게 최소한의 도리 아니냐"며 "'추가 정지는 없을 것'이라는 말만 믿고 전날 귀가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 있느냐"고 분개해 했다.

은행관계자는 "700억 원대 2차 증자가 완료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1%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부산저축 파동이 뱅크런 사태로 이어지면서 유동성 위기가 왔고 결국 영업정지 상황을 맞았다"고 밝혔다. 이어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 이자를 합해 1인당 5000만 원까지 전액 보호된다"고 설명했다.

◇"불똥 튈라" 지역 저축은행 촉각

보해저축 사태의 불똥이 튈까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워고 있다. 인출규모가 늘고 있는 점은 일단 우려할 대목이다. 광주 A저축의 경우 평소 5억 원 정도던 인출액이 부산저축 사태 이후 대폭 늘었고 B저축도 1일 4억여 원이던 것이 10억여 원으로 증가하는 등 예금주들의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인출액이나 불안감에 비해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부산저축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곳이 없고, 광주·전남에 연고를 둔 7개 저축은행 중 보해를 제외하면 BIS 비율이 모두 기준치를 웃돌며, 일부는 지난해부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경영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

실제 지난해 BIS비율 6.94%였던 무등저축은 연말연시 증자를 통해 8.41%까지 끌어 올렸고, 골든브릿지저축도 BIS비율을 더 높이기 위해 증자계획을 검토중이다. 스마트저축은 지난해말 70여 억 원의 후순위채를 발행, BIS비율을 11.02%까지 끌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보해저축銀 어떤 곳

1971년 전남 목포에 설립된 보해저축은행은 광주·전남 제2금융권을 대표하는 상호저축은행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한 간판 주류업체인 보해양조가 대주주다. 2008년 3월에는 광주 서구 치평동 대우디오빌 1층에 광주지점을 개설했다.

지난해 10월14일부터 12월10일까지 금감원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320억 원의 유상증자를 완료하고, 다음달 추가로 740억 원의 유상증자가 예정됐지만 예금인출 사태를 극복하지 못했다.

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BIS 비율이 8% 이상, 여신비율이 8% 이하로 이른바 '8·8클럽'에 해당됐으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BIS비율은 -1.09%, 부채(1조298억원)가 자산(1조215억원)을 초과해 83억원 자본잠식상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