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4억4천만원을 모으려면
2018-01-29 송경남 기자
[매일일보 송경남 기자] 직장인 A씨는 한 시중은행이 연 3%의 고금리를 적용하는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해당 은행 영업점을 방문했다. A씨는 창구에서 은행 직원에게 “저에게 매달 300만원 정도의 여유 자금이 있습니다. 이 돈으로 적금에 가입해 4억4000만원의 목돈을 만들고 싶은데, 몇 개월이나 납입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다. 잠시 계산기를 두드려보던 은행 직원은 “이자 과세(15.4%)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4억4000만원을 받으시려면 10년 9개월 동안 납입하셔야 됩니다”라고 답했다. 4억4000만원은 매월 300만원씩 129개월을 납입해야 모을 수 있는 ‘큰돈’이다.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4억4000만원이 화두다. 이 금액은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15개 재건축 단지 조합원 1인이 부담해야 하는 평균 초과이익 부담금(예상치)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강남4구 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15개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은 1인당 최소 1억6000만원에서 최고 8억4000만원을 초과이익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 사업에 따른 용적률 증가와 인구 집중을 완화하고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방지하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처음 도입됐다. 이후 2012년까지 제도가 적용되다 재건축 사업 중단과 부동산 시장 위축 등의 이유로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유예됐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재건축 시장이 부동산 시장 과열의 진앙으로 지목받으면서 올 1월 다시 부활했다.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다시 시행됨에 따라 30년 이상 된 아파트를 재건축할 경우, 조합원들은 얻은 이익이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이익의 최저 10%에서 최대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올 초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초과이익환수제가 부활해도 지역이나 아파트 단지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이 수백만원, 많아야 2억~3억원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국토부가 발표한 부담금 예상치가 조합원은 물론 부동산업계의 예상을 훨씬 상회하면서 지난주 재건축 시장은 크게 술렁거렸다. 일부 조합원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의 초과이익환수 부담금이 얼마나 되는지 해당 조합에 문의하기 바빴고, 또 일부 조합원들은 부담금 산출 근거와 해당 단지를 공개하라고 국토교통부를 몰아붙였다.초과이익환수제를 놓고 위헌 논란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실제 호주머니로 들어온 이득에 부과하는 게 아니라 장부상으로 오른 집값에 부담금을 매기기 때문(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에 위헌이라는 둥, 가진 게 집 한 채 밖에 없는 사람은 집을 팔아야 부담금(돈)을 낼 수 있어 재산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둥 말들이 많았다.이 같은 논란이 어떻게 해소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초과이익 부담금이 많네 적네 하면서 논란이 커질수록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커진다는 것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얻은 불로소득의 일부를 환수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기 위해 도입됐다. 복권 당첨금에 대해 최대 30%까지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4억4000만원을 부담금으로 낸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4억4000만원의 불로소득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민에게 4억4000만원은 쉽게 만질 수 없는 ‘큰돈’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