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기업들, 동반성장 참여 분위기 조성 위해 계획 확정”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위해 노력한 대기업에 세금 감면 검토”
[매일일보] 정부가 23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을 유도한다는 취지하에 ‘동반성장지수’를 내놓았다. 지난해 9월말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을 수립한 뒤 5개월 만에 동반성장지수를 확정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시행 첫해인 올해는 6대 산업군별로 매출액 및 중소기업과 협력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 56개 대기업을 평가대상으로 선정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대상 체감도 1차 평가를 올 7~9월 중으로 실시하고, 2011년 3월까지 대기업 실적평가와 중소기업 체감도 2차 평가를 실시한 후, 이를 통합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높은 점수 받으려면…
동반성장지수는 매년 대기업의 동반성장 이행여부에 대한 ‘실적 평가’와 중소기업의 대기업별 동반성장 추진실적에 대한 ‘체감도 평가’로 산정된다.
대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실적평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 협약실적 평가 결과를 반영하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체감도평가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주관하는 협력 중소기업 및 수요 중소기업 설문조사를 통해 결과를 평가에 반영한다. 대기업 실적평가는 연 1회, 중소기업 체감도평가는 연 2회 각각 평가한다. 우선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 협약실적 평가는 '협약내용의 충실도' 30점, '협약내용의 이행도' 70점으로 구성된다. ‘협약내용의 충실도’ 평가항목에서 대기업들이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내용의 규모·정도(22점)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예컨대 대기업이 중소 협력기업에 시행하는 금융자금지원 규모(6점)와 관련, 동반성장위원회는 직접지원(대여 또는 무상제공), 간접지원(금융기관 연계 대출지원), 혼합지원(금융기관 자금예치·펀드 조성으로 대출 지원), 특별지원(보증기금 출연)여부를 평가한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불만으로 꼽힌 결제수단(4점)도 주요 평가대상에 포함시켰다. 종전에 비해 현금결제율이 높을수록 결제수단이 개선된 것으로 인정받으며 대금지급기일 단축 또는 지급횟수 확대 여부(4점)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한다. 총점의 70%를 차지하는 ‘협약내용의 이행도’ 부문에서는 상생협력 지원내용 이행정도(40점)가 대기업 동반성적을 매기는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 협약 절차·지원 등에 관한 기준상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사항’ 이행 정도(표준 계약서 도입·운용 여부 포함)와 수급사업자(1차 협력사)의 협력사(2차) 지원방안 도입·운용 실적도 각각 20점과 10점으로 배점이 정해졌다. 정부는 또 기업상생에 반하는 법 위반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경우 총점에서 감점키로 했다. 예를 들면 협약기간 중 발생한 행위로 인한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시정명령 이상의 조치(10점 감점)나 임직원의 비리발생 등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물의 야기(5점 감점)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 동반성장 체감도평가 항목에서는 구두발주, 부당한 발주 취소, 산업재산권 탈취,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 어음할인료 미지급 등 불공정거래 사례(34점)와 결제수단(현금, 현금성결제, 어음), 결제기간 신속성, 거래기간 안정성, 납품단가 조정의 적정성 등 거래조건(23점)이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체제를 평가하기 위해 대기업 CEO의 동반성장 의지, 상호신뢰 정도, 비전공유 정도를 점수로 산정하는 것도 눈에 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기업들이 동반성장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동반성장지수 추진계획을 확정했다”며 “기술협력 자금 등을 협력사에 출연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위해 노력한 대기업에게 세금 감면을 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대로 정착할까?
동반성장지수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기존 지경부가 주관해온 상생협력지수와 공정위의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협약 평가, 호민관의 호민인덱스 등 유사한 지수를 통폐합해 동반성장지수로 일원화한 것이다.
정부가 ‘갑-을’ 기업간 상생 일환으로 내놓은 동반성장지수는 사실상 지난해 9월 수립한 대·중서기업 상생대책의 마침표를 찍는 것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적잖은 의미를 갖고 있다. 경기회복의 온기를 아랫목에서 윗목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고심 끝에 정부가 내놓은 고육지책인 셈이다. 동반성장지수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특히 무엇보다도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온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합리한 하도급 거래관행을 개선하는데 제 몫을 다한다면 하도급상의 ‘대못’을 뽑는 것과도 같다. 다만 동반성장 실제이행여부를 점수로 산정해 평가하는 만큼 평가결과는 곧 대기업을 성적순으로 사실상 줄 세우기나 다름없는 서열화가 불가피하다. 평가대상에 오른 56개 대기업들이 결과에 따라선 불만이 팽배하고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 있는 동반성장지수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선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정부가 최근 친서민 정책 일환으로 나날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유업계, 유통업계 등과 잇따라 신경전을 벌인 시점에서 나온 동반성장지수는 자칫 대기업 군기잡는 수단으로 비춰질 우려도 있어 정부로서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동반성장지수 평가 상위 기업에 대해선 공정위 직권조사·서면조사 면제, 국가 R&D 사업 및 공공입찰 참여시 우대, 정부포상, 세금감면 등의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한 점도 대기업 반발을 의식한 '당근'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설문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중소기업을 선정하는 것도 과제다. 이에 대해 정부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사회적으로 공감을 받을 수 있게 (평가)대상 중소기업 수를 정할 것”이라며 “가급적 대기업으로부터 리스트를 받아 그 중 무작위로 중소기업을 선정할 것”이라고 했다. 또 동반성장지수 평가결과에 따라 각종 혜택을 받게 될 상위기업 평가 기준도 현재로썬 애매모호하다. 점수로 차등화해 구분하게 될 상위기업을 어디까지 인정할지가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모든 것은 업계와 전문가들과 논의해서 결정할테니 기다려 달라. 상식에 어긋나지 않게 기준을 결정하겠다”며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제도를 보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