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세계 최초로 닭·오리고기·계란 등에도 유통경로를 알 수 있는 이력제가 도입된다. 지난해 8월 전 국민을 살충제 계란파동 후속대책의 일환이다.3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가금 및 가금산물 이력제’를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올해 총 26억 원 규모의 시범사업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이력제는 사육부터 판매까지 모든 단계별 정보를 기록·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 위생 등 문제가 발생하면 식속하게 회수하고 유통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우리나라는 이를 2008년 소에 처음 도입하고 이어 2014년에는 돼지고기로 확대했다. 이를 내년에 닭이나 오리고기, 계란 등 가금류에도 적용한다는 것이다.그간 가금축산물은 소와 돼지에 비해 이력관리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아 체계적인 방역과 안전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살출제 계란이 문제가 되면서 이를 추적·회수할 때 이력제 도입 필요성이 대두됐다.농식품부는 우선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현장조사를 거쳐 농장별 식별번호 부여 등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어 11월부터 1년간 전체 가금산물의 10%를 대상으로 시범 실시할 계획이다. 이후 내년 6월께 30%로 늘리며,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법을 개정해 내년 12월부터 제도를 전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이력제가 시행되면 신고와 거래가 한층 까다로워진다. 생산단계에서는 농장의 가금 사육과 입식 현황 신고(월별), 가금의 농장간 이동 및 도축출하를 반드시 사전신고해야 한다. 또 유통단계에서는 생산이력과 연계해 가금산물 이력번호를 표시해야 하며 도축·포장·판매 등 유통 주체별로 거래정보를 신고해야 한다.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에 가금류 이력제를 도입하면 전 세계적으로 최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협회별로 자율 실시하는 경우는 있지만 국가사업으로 추진된 국가는 없다는 것이다. 최근 27일에도 전남 해남군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 피프로닐 설폰(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가축의 물질대사 과정 중 생성하는 물질)이 0.12㎎/㎏ 검출돼 부적합 판정 받는 등 여전히 살충제 계란에 대한 안전이 확보되지 않았다. 가금류 이력제 도입을 계기로 국민들의 식생활 안전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