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에 “1년 내 SK증권 주식 전량 팔아라”
“2년 유예기간 동안 적극적 노력 없어”
2019-02-01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케이프컨소시엄의 SK증권 인수에 대한 금융당국의 적격 심사 결정이 나오지 않으면서 SK그룹이 금산분리 규정 위반으로 과징금 29억 원을 부과 받았다. 지난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다.1일 공정위는 SK㈜가 보유하고 있는 SK증권 주식 9.88%을 기한 내 처분하지 않았다면서 1년 내 이를 모두 처분하라고 시정명령하고 과징금 29억 6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공정거래법상 금융지주회사를 제외한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이나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금융사를 통한 자금 지원 등으로 기업의 편법적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회사에서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이미 금융·보험회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2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다.SK(주)의 경우가 이에 해당했다. 기존 지주회사였던 SK(주)는 지난 2015년 8월 3일 SK씨엔씨㈜에 흡수합병하고 SK(주)로 상호를 변경했다. 당시 SK씨엔씨㈜는 SK그룹 총수일가가 49.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회사로, SK증권(주)도 소유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SK증권(주)는 새로운 SK(주) 내 자회사로 편입된 것이다.이에 따라 SK(주)는 2년의 유예기간 내 보유하고 있는 SK증권 주식지분율은 9.88%(411억)을 처분해야 했으나 지난해 8월 3일 당시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후 며칠 지난 8월 11일에야 케이프투자증권과 케이프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케이프컨소시엄에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금융당국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일각에선 케이프컨소시엄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SK(주)는 공정위의 결정이 담긴 의결서를 통지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 소유하고 있는 SK증권㈜ 9.88%를 모두 매각해야 한다. 의결서 통지는 통상 한 달 정도 소요된다. 1년 내에도 매각하지 않으면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검찰 고발도 받을 수 있다.SK그룹의 금산분리 규정 위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SK(주)가 일반지주회사로 처음 전환하면서 자회사인 SK네트웍스(주)가 SK증권의 주식지분 22.4%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 공정위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감안해 총 4년의 유예기간을 주었으나 SK(주)는 공정위로부터 지난 2011년 11월 시정명령을 받은 후 이듬해야 보유하고 있던 SK증권 주식을 SK씨엔씨 등에 매각했다. 당시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였던 SK씨엔씨가 이번에 SK(주)와 합병하면서 SK그룹의 금산분리 규정 위반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공정위는 이처럼 SK그룹이 규정을 반복해 위반한 점, 유예기간 내 적극적인 법 위반 해소 노력을 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엄중히 제재했다고 설명했다. SK(주) 관계자는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빠른 시일 내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