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은 ‘불법 성매매 해방구’?
‘강남권 성매매 지도’ 발표 후 채 2년도 안 지났는데…
[매일일보=송병승기자] 성매매특별법 시행 5주년이었던 지난 2009년 7월, 한 시민단체가 서울 강남구를 샘플지역으로 설정해서 성매매업소 실태와 업소지도를 발표해 충격을 준 일이 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강남구청에 공식적으로 신고된 업소는 단란주점 547개소, 유흥접객업소 358개소, 노래방 347개소, 이발소 137개소, 안마시술소 41 등 총 1430곳에 이르는데, 조사결과 이들 업소 가운데 안마시술소는 100%, 노래방, 단란주점을 비롯한 모든 유흥업소의 80% 이상이 은밀하게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조사를 진행한 ‘성매매추방범국민운동’ 측은 “등록되지 않은 마사지 및 휴게텔과 같은 변종 업소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요즘에는 단속을 피해 오피스텔에서의 성매매가 학원가, 상가, 주택가를 파고들고 있고 길거리에 무차별로 살포되는 전단지(명함크기)와 인터넷채팅을 통해 은밀하게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당시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왔고, 불법 성매매조직에 대한 단속도 잠시나마 강화되는 듯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로부터 다시 채 2년이 지나지 않은 2011년 3월. 강남의 밤거리는 당시와 비교해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산·인력난·점조직 형태의 운영으로 단속 쉽지 않아
2년 전 신종수법이었던 ‘오피스텔 성매매’ 더욱 확산
성매매 특별법 실시 이후 많은 성매매 집장촌들이 사라지거나 퇴락의 길을 걸어갔다. 겉으로 드러나기에는 분명한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3개 본능중 하나인 성욕을 분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그 성욕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법망을 피해 성매매 사업은 더욱 음지로 파고들었다. 대한민국 유흥의 중심지 강남은 현재 불법 성매매 업체들과 그들이 뿌린 음란 전단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여름 매미떼 같은 전단지 공해
현재 강남역 인근 대로변 건물들과 번화가에는 선정적인 전단지가 곳곳에 붙어 있다. 전단지에는 불법 성매매 업소들의 홍보 문구가 담겨져 있다. 이런 불법 성매매 업소들은 길거리 바닥이나 건물 외벽에서 손쉽게 발견 할 수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오후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명함들은 버젓이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매일일보>이 약 2시간 가량 강남역 일대를 돌며 발견한 불법 성매매 업소 전단지만 각기 다른 11종류에 그 수는 수백여 장에 달했다.
전단지의 대부분은 불법 성매매와 연관된 명함들이었다. 전단지에는 젊은 여성들의 얼굴이나 신체의 일부 모습이 사진으로 담겨져 있었고 아래에는 연락 가능한 핸드폰 번호도 적혀 있었다.
또한 ‘타 업소와 수질 비교불가’, ‘강남고객 만족 1위 명품 서비스’, ‘개인 사생활 완벽 보호’, ‘편안함과 안락함으로 모십니다. 둘만의 편안한 공간으로 초대’ 등의 선정적인 문구들도 함께 적혀 있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길거리에 버려진 명함들과는 달리 건물 외벽과 공중전화 박스 등에 붙어 있는 전단지는 풀로 일일이 붙여 놓았기 때문에 쉽게 뗄 수조차 없다는 것. 이 전단지들로 인해 강남역 일대를 오가는 시민들이나 건물 관리자들은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일일이 떼는 것 포기”
많은 전단지가 붙어 있는 한 상가의 관리인 김모씨(67)는 “말도 마라”며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하는 일이 스티커(명함) 떼는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명함 붙이는 사람들이 떼자마자 다시 와서 붙인다. 그래서 아침, 저녁 두 번만 명함을 뗀다”면서 “계속 거기 신경쓰다보면 스트레스 받아서 살 수가 없어 체념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더불어 “구청에서 단속을 나오기는 하지만 그 사람들이 매일 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붙이는 사람들도 귀신같이 알아서 도망간다”고 덧붙였다.
강남역 앞을 지나던 직장인 박모씨(34)도 “길가나 건물 외벽에 음란 전단지나 명함들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지저분하기도 하고 명함에 있는 선정적인 문구나 사진이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고 말했다.
“단속 걱정 말고 일단 오세요”
그렇다면 버젓이 전화번호를 공개 하고 영업을 하고 있는 불법 성매매 업소들은 과연 어디서 어떻게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일까.
명함에 적혀 있는 업체와 오후 8시께 전화 연결을 시도했다. 전화를 받은 남성은 아무렇지 않게 영업장소를 설명하고 근처에 와서 다시 전화 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매우 젊은 여성들 다수가 근무하고 있다”면서 금액과 시간에 관련된 설명을 덧붙였다. 단속에 관련된 내용을 묻자 “단속 나와서 손님이 걸릴 일은 전혀 없다”며 “일단 오시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넘겼다.
이후 약 1시간이 지나자 먼저 업소 측에서 전화가 와 “좀 더 시간이 늦어지면 손님들이 몰려서 예약을 해야 하니 빨리 오시거나 늦으시면 30분 전에 미리 전화를 달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전례는 있지만 단속 쉽지 않아…
불법 성매매 광고물을 배포자는 청소년보호법 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인쇄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 의뢰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불법 성매매 고객을 모으는 전단지에 대한 단속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에만 충북 청주를 시작으로, 경기북부, 광주광역시, 제주, 충북 제천, 부산광역시 등 전국에서 대규모 조직을 검거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왔다.
지난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전단지와 명함 배포자를 현장에서 검거한 후 그들에게 연락하는 업주들과 성매매 업소 관리자 등을 검거하는데 성공한 모 지방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고, 배포자는 대부분 직장인, 대학생, 청소년 등의 알바생을 고용하고 있으며, 업주나 관리자는 대포폰을 사용해 추적이 쉽지 않다고 한다.
최근 서울 강남 인근지역의 불법 성매매 명함, 전단지 배포 상황은 더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단속이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불법 음란 명함 수거와 단속 업무를 맡고 있는 강남구청 관계자는 “우선 전단지나 명함을 뿌리는 사람을 현장에서 잡아서 고발해야 하는데 뿌리는 인력들이 워낙 많고 단속망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어서 적발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선은 시민들에게 광고 효과가 전달되지 않도록 공공근로인력이 밤낮으로 투입돼 근무지역의 음란 전단지를 수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3월 중 대대적으로 불법 전단지 배포 조직에 대한 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