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故장자연 편지, 조작 흔적 포착”…발신지 은폐 시도?
원본 훼손 가능성 때문에 지문 감식은 포기
2011-03-10 서정철 기자
이에따라 장씨 편지는 최초 제보자인 J씨가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10일 "J씨 수감실에서 압수한 물품 중 장씨가 보낸 편지봉투 3개가 우체국 소인 부분에 구멍이 뚫려있었다"며 "이는 어디서 편지를 보냈는지 숨기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발신지역이 드러나지 않도록 편지 봉투 우표에 찍히는 우체국 소인을 일부러 오려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J씨는 편지봉투에서 소인이 찍힌 자리를 가로 4㎝, 세로 1㎝ 가량 오려낸 후 다시 봉투를 복사해 이를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모(41)씨의 재판부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경찰은 또 2003년 11월부터 올해 3월 7일까지 J씨가 주고받은 편지 총 2439건 가운데는 장자연씨 또는 장씨의 필명인 '설화'로 된 편지는 1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J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난 2005년부터 장자연씨와 편지를 주고받아 왔으며 장씨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이 가운데 일부를 공개했다"고 주장해 왔다.
경찰은 2006년 당시 J씨와 함께 수감생활을 했던 전모씨로부터 "수감 당시에는 J씨로부터 장자연씨와 관련된 얘기를 전혀 들은 적이 없었는데 출소 후 장씨로부터 받은 편지라며 일부를 보내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이 지난 9일 J씨 수감실에서 압수한 장씨 편지 원본 24매는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복사본과 일치했다.
경찰은 그 동안 법원을 통해 확보한 편지 사본 분석 과정에서도 조작 가능성을 수차례 제기해왔다.
장씨가 썼다며 공개된 230여 장의 편지는 육안으로 보더라도 3~4개의 글씨체로 쓰였으며 지난 2년전 수사 당시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공개됐던 내용만이 반복적으로 적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편지 내용 대부분이 대학원까지 졸업한 장자연씨가 썼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앞뒤 문맥이 맞지 않았다는 점 역시 조작 가능성을 뒷받침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J씨 압수품 가운데 의심이 드는 부분이 발견됐지만 원본 편지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편지가 조작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J씨 수감실에서 압수한 원본 편지가 2년 이상 시간이 지난데다 여러차례 열을 가해 복사됐을 경우 지문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해 필적감정만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지문 감식을 위해서는 문서를 특수용액인 린히드린에 적셔야하는데 이럴 경우 글씨가 번져 필적감정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