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장자연 사건 자작극? 단정하기 이르다”

“오랜 기간 작성된 일지나 수첩 기재 상당히 높은 증가 가치 인정…재수사는 경찰의 의지 문제”

2011-03-10     변주리 기자
[매일일보] 탤런트 故 장자연 씨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 원본이 발견된 가운데, 성상납 의혹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이루어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 씨의 소속사 대표인 김 씨가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다 경찰이 조작설까지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9일 장 씨의 편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지인 전 씨(31)가 수감된 광주교도소 감방을 압수수색한 뒤 장 씨가 보낸 편지로 추정되는 원본 23장을 압수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필적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날인 10일 경기지방경찰청은 전 씨에게서 압수한 편지봉투 사본 3곳에서 우체국 소인 발신지 지역명과 고유번호 부분이 직사각형 형태로 잘려나간 부분을 발견했다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체국 소인은 발신지 우체국 지역명과 고유번호, 보낸 날짜 등 3개 항목이 표기되는데 어디에서 편지를 보냈는지 발신지를 숨기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민변)의 사무차장인 이재정 변호사는 “누구 한명이 인위적으로 작성을 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변호사는 10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편지의 내용을 보면 상당히 장기간에 걸쳐서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내용도 굉장히 구체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편지 속 글씨체가) 전씨의 글씨가 아닌 것은 너무 명백하고, 지금 드러나 있는 몇장의 소인만 보더라도 분명이 외부에서 반입된 것이 분명하다”며 앞서 소인을 통해 자작극일 가능성을 분석하겠다는 경찰 측 입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국과수 감정 결과 친필편지임이 확인 될 경우 “오랜 기간 걸쳐서 작성된 일지라든지 수첩의 기재 같은 경우는 상당히 높은 증가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며 재수사의 문제는 “경찰의 수사의지”라고 꼬집었다.

장자연 사건이 처음 불거진 지난 2009년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했다는 비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이와 관련 이 변호사는 “2년 전에 스포츠칸 기자에게 지인이 제보를 했을 때도 그 진위여부에 대해선 경찰이 일체 수사하지 않았다”며 “이는 당시 전씨의 전과경력이나 장애치료를 받은 경력을 가지고 일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편지의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내용이 구체적이라든지 양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서 쓰여지고 주고 받았다는 점 등에 대해 일체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더 주목해야 한다”며 “지금도 경찰이 이런 전과경력과 정신장애 부분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더욱 문제”라고 강조했다.이어 사건의 핵심인물인 소속사 대표 김 씨가 당시 일본에 체류 중이라 본격적인 수사가 어렵지 않았겠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변호사는 “당사자에 대한 수사만이 수사가 아니다. 기타 여러 가지 수사경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가 외국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도적인 축소”라며 오히려 경찰 수사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