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대선불출마 선언 그 이유는?

결승전 다가갈수록 '강도 센 검증' 거쳐야 한다 '압박감'?

2007-05-01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범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서 기대를 모았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30일 돌연 대선불출마 선언을 함에 따라 이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운찬 전 총장이 밝힌 대선 불출마 이유는 역량 부족이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세실레스토랑에서 열린 대선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사퇴 이유에 대해 "국가의 미래와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지지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는 정치세력화 활동을 통해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여태껏 그런 세력화 활동을 이끌어 본 적이 없는 저는 국민들 앞에 정치 지도자로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즉 비정치인으로서 기성 정치권의 이전투구의 ‘종합판’인 대선 국면에 뛰어들어 정치적 정적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야 하는 ‘살육의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음에도 정치권에선 연일 정 전 총장을 향한 비판의 논평들이 쏟아져 나왔다. ‘충청 지역주의의 부활을 노린다’든지 ‘정치자금에 문제가 있다’든지 하는 비판이 정치판에 뛰어들기도 전부터 노골화되는데 대해 평생 학자로 살아온 정 전 총장으로선 이를 견뎌내기가 만만찮았을 법 하다. 특히 결승전에 다가갈수록 점점 강도가 센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접으려면 빨리 접는 게 좋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논란이 불거진 ‘3불 정책’과 관련 범여권 진영의 정서와 정 전 총장의 입장이 달랐던 점도 적잖은 부담을 겪었던 것 같다. 대학 자율의 정신을 강조해온 정 전 총장은 서울대 총장 시절 노 대통령과 직접 대립각을 세운 바도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본인 스스로 독자 세력화의 길을 만들어 갈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에 대한 부담감으로 보인다. 즉 범여권 잠재적 주자로 분류되면서도 본인 스스로 “열린우리당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 “여당의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거리를 뒀으나 실재 자신을 접촉하는 인사들이 대부분 열린우리당 사람들이었다.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차기 대통령은 정치를 좀 잘 알았으면 좋겠다”는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27일 인터넷 매체와의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를 하면 ‘경제하는 대통령’을 얘기하는데, 15대 16대 때도 경제하는 대통령이 항상 높이 나왔다”면서 “그러면 그때 시대정신이 경제였겠느냐. 경제는 어느 때나 항상 나오는 단골메뉴이며 진정한 의미에서 시대정신은 (시기마다) 다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운찬 전 총장을 겨냥한 얘기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노 대통령의 의중에는 ‘경제 전문가가 지도자가 된다고 경제를 살리고 정치를 잘 하는게 아니다’라는 화살이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고건 전 총리의 ‘실패한 인사’급은 아니더라도 정 전 총장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 전 총장이 선택할 길은 새로운 비전과 대한민국 국가 경영 전략을 내놓고 국민들에게 다가가야할 신선한 대선 행보를 시작하는 길밖에 없었고, 그것은 한나라당도 열린우리당도 범여권도 아닌 독자적 정치세력화로 외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독자 세력화가 성공을 거두려면 기성 정치권의 외풍을 견디고 참신함과 새로움을 잃지 않으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12월 대선까지 밀고나갈 뚝심과 리더십 그리고 조직과 자금을 모두 갖춰야 하는데 정 전 총장은 이같은 준비를 착실히 해온 정치인이 아니다. 아울러 현실 정치권의 동참과 협력없이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고건 전 총리의 ‘원탁회의를 통한 통합신당 창당’의 구상이 물거품된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현 정치권의 이합집산의 소용돌이 속에 작은 지분을 가지고 참여해 피투성이가 돼 생존하느냐, 아니면 아직까지 아무도 걸어보지 않은 자신의 독자세력화 정치흐름을 만들어가느냐를 놓고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운찬 전 총장은 “제가 그동안 소중하게 가져온 원칙을 지키면서 동시에 정치세력화를 추진해낼만한 능력도 부족하다”면서 정치권의 본격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된 5월에 들어가기 전인 4월 마지막날 ‘대선 불출마’로 답을 내놨다. 외부세력의 중심축이었던 정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반 한나라당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범여권은 대선 예비주자들을 중심으로 각개 약진하는 양상을 띄며 핵분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