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은 '성과없고', 변호인단은 '바빠지고'

2007-05-01     매일일보

【매일일보닷컴】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사실이 언론을 통해 사전 공개된 상황에서 실시된 경찰의 수색이 '예상대로'(?)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15명으로 구성된 수사팀을 1일 오후 2시13분께 김 회장의 가회동 자택으로 보냈다.

김 회장 자택에 도착한 강대원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은 자택 관리인에게 "김 회장 부자가 피의사실을 부인, 압수수색을 하러 왔으며 조기에 철수하겠다"고 말한 뒤 영장을 전달했다.

또 대기중이던 기자들에게 "김 회장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피의자로 특정돼 있는데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사건 당일 자택에서 집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찍힌 CCTV가 있다고 해 확인하러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CCTV와 함께 차고에 있는 차량의 GPS(위성항법장치)기록도 함께 압수해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은 압수수색 계획이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바람에 실효성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에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는 판사가 하는 것이고 비밀리에 진행된 일인데 어떻게 공개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압수수색영장 집행에 나선 경찰은 정문에 주차된 에쿠스와 체어맨 승용차의 트렁크와 내부, 엔진룸, 바퀴의 흙을 채취하는 등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촘촘히 증거물을 찾았다.

경찰은 또 정문에서 주차장이 비치는 CCTV, 외벽에서 정문을 비치는 CCTV도 수색을 했지만 녹화물을 확인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오후 4시45분께 김 회장 자택을 나선 경찰들의 얼굴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다.

강 수사과장은 영장 집행 직후 "기대에 못 미쳤다. 한화측에서 압수수색 보도를 접한 뒤 미리 대비한 듯 하다. 압수수색 결과는 추후 브리핑을 하겠다"며 황급히 1박스 분량의 증거물을 갖고 돌아갔다.

경찰의 압수수색 전 한화측 관계자들은 기자들을 안내하면서 "3시에 압수수색을 온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말하기도 해 한화측의 압수수색 사전 대비를 시사했다.

한편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 사실은 집행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언론에 보도됐다. 모 언론사는 서울경찰청 관계자의 말을 빌어 "30일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신청했고 이르면 내일(1일) 아침께 발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 언론사 기자와 함께 현장에 있던 대다수 기자들은 남대문경찰서 장희곤 서장에게 사실 확인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수사상의 이유'로 확인을 거부했다.

그러나 남대문서 경찰관들은 압수수색 영장 신청 공개 보도에 대해 '믿을 수 없고 황당할 뿐'이라는 반응이었다.

기자들 역시 하나같이 "경찰이 한달 넘게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도 비난받는 마당에 김 회장에게 증거물을 감추라고 언론에 알린 것인가, 수사의 기본도 되지 않았다"며 경찰의 수사 의지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검찰 관계자도 "압수수색을 실시, 압수한 물품은 수사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보호 등 공익에 도움이 되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도 "법원이 발부 여부를 공개할 경우, 한화 측에서 미리 증거나 자료들을 없앨 수 있다"며 사실 확인 요청에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김 회장 자택과 동시에 압수수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 한화 본사 김 회장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휴무(노동절)로 인해 추후 진행키로 했으나 시점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처럼 경찰이 한화그룹 본사 집무실과 비서실, 김승연 회장 자택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착수하면서, 변호인단의 발길도 바빠졌다.

한화는 이날 압수수색이 예정된 3곳에 변호사들을 보내 영장을 확인하고 증거물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행위가 없는지 지켜보고 있다.

한화가 법무실 소속 변호사 10명과 외부 개인 변호사 3명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리고 김승연 회장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지난달 30일.

변호인단은 경찰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해 검찰이 승인한 뒤 영장을 청구한다면 법원의 영잘실질심사 과정에서 부당함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대규모 변호인단을 이끌고 있는 것은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채정석 법무실장겸 부사장(51.사시 23회.연수원13기)이다.

채 실장은 서울중앙고와 서울 법대.대학원을 나왔으며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지검 검사, 법무부 검찰1과 검사, 대전지검 공안부장, 법무부 검찰4과장, 서울동부지청 형사6부장, 서울.부산고검 검사, 인천지검 형사1부장, 서울남부지검 공판부장을 거친 '형사법.행정법' 전문가다.

특히 1996년 여주지청장으로 있을 때는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아가동산 사건'을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채 실장과 함께 변호인단 중심에 선 인물은 정상식(41.사시35회.연수원25기) 상무와 김태용(44.사시29회.연수원19기) 상무.

정 상무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수원.대전.인천지검 검사를 거쳐 법무부 기획관리실 검사로 일하다 2005년 변호사로 옷을 갈아입었다.

법원 출신인 김 상무는 부산.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에 이어 서울고법 판사로 있었으며 정 상무와 같은 해에 변호사가 됐다.

사건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외부에서도 스타급 변호사 3명이 긴급 수혈됐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인 오세헌(48.사시24회)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장을 지낸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꼽힌다.

같은 로펌 조준형(47.사시29회) 변호사는 법무부 검찰1과, 서울.인천지검 검사를 지냈으며 변호사가 된 뒤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변호인을 맡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밖에 김중원.김태형.최혜원.김동명 등 한화 법무실 소속 비교적 젊은 변호사 7명도 향후 예고된 검찰과의 치열한 법리공방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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