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아들이 5대 계열사 대주주로 등극
금융권 일각, 내부거래ㆍ편법상속 의혹 제기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 부자가 그룹 계열사를 이용해 쏠쏠한 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과 그의 아들인 현준군은 최근 그룹 계열사인 태광시스템즈, 태광리얼코, 전주방송 등을 통해 수십~수백억 원대의 재산증식을 이뤘다.
이 회장 부자의 재산불리기 방법은 주로 ‘계열사 주식 독점하기’.
태광시스템즈ㆍ태광리얼코는 이 회장 부자 개인회사?
태광그룹의 부동산자산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태광리얼코는 지난달 그룹계열사 3곳과 약 280억원 상당의 부동산 관리 위탁계약을 체결, 당분간 매출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당초 이 회장이 100%의 지분을 가진 개인회사였던 태광리얼코는 지난해 초 그의 아들 현준군이 8억원의 자금을 들여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49%(이 회장 지분 51%)의 지분을 획득, 양대 주주 체제로 전환됐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현준군은 또 시스템통합 관리업체인 태광시스템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억8천여만 원을 들여 9천600주의 주식을 배정받았고, 이로써 태광시스템즈의 지분을 49%(이 회장 지분 51%) 확보하게 됐다.
태광시스템즈는 지난 2004년 이 회장의 100% 출자로 만들어졌으며 지난해 324억원의 매출을 기록, 순이익은 24억원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그룹의 계열사인 한국도서보급, 흥국생명,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은 태광시스템즈 매출액의 80%가량을 밀어준 것으로 나타났다.논란이 되는 대목은 현준군이 지분인수에 참여할 수 있었던 자금의 출처가 탐탁치 않다는 점. 태광리얼코와 태광시스템즈의 2대 주주로 떠오를 당시 중학생에 불과하던 현준군에게 어떻게 그런 거액이 있었겠냐는 것이다.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이 회장 부자가 자신들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이를 사실상 재산상속과 그룹 지배권 확장에 이용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을 제기했다.실제로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06년1월 태광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한국도서보급(상품권 발행업체)으로부터 9%의 연이율로 11억원의 자금을 빌렸고, 그로부터 한 달 뒤 현준군이 태광리얼코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지난해 4월에는 태광시스템즈가 한국도서보급으로부터 연리 7%로 18억원을 빌린 뒤 전산장비를 구입했으나, 이와 함께 이 회장 부자의 유ㆍ무상 증자도 진행됐다. 이를 통해 당시 이 회장 부자는 약 7억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태광 측 “적법절차 밟아 인수, 편법증여 의혹 터무니없다”이 회장 부자의 재산증여 및 그룹 내 기반다지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이 회장은 지난해 아들과 자신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전주방송을 이용해 태광산업 소유였던 천안방송의 지분 67%를 헐값에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의 장하성 교수는 지난 9월 “태광산업은 2001년 8월16일 자신들이 100% 보유하고 있던 천안방송의 지분 중 67%를 GS홈쇼핑, CJ홈쇼핑, 우리홈쇼핑 등에 주당 2만원씩 66억원을 받고 처분했다”며 “이후 대기업 종합유선방송 소유지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자 이 회장 부자는 다시 2005년 11월17일 전주방송을 통해 홈쇼핑 3사에 매각한 지분 전량을 주당 2만원에 되샀다”고 밝혔다.KCGF는 이어 “태광산업이 매각한 천안방송 지분을 이 회장 일가가 다시 사들이는 과정에서 회사가 보유해야 할 1천억 원 가량의 자산이 부당하게 이 회장 일가에 의해 편취됐다”고 주장했다. 천안방송의 경영권이 한 차례의 손바꿈을 거쳐 4년 만에 태광산업에서 이 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로 넘어갔다는 것.이에 대해 태광산업 측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태광산업의 허정민 홍보실장은 “적법 절차를 밟아 천안방송의 주식을 사들였으며 KCGF의 주장은 언론플레이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계열사 지분인수에 대한 자금의혹 또한 “이 회장 아들의 계열사 지분 인수자금은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것이었으며 이에 대한 증여세도 모두 납부된 상태”라며 “다른 계열사에서 빌린 자금에 대해서도 이자가 모두 지급되고 있으며, 인수과정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일축했다.그러나 이 회장 부자가 다수 계열사의 1ㆍ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는 만큼 회사의 이익이 모두 이 회장 부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배주주가 100% 지분을 모두 가진 회사에서 계열사를 이용해 매출을 밀어주고 이후 매각ㆍ배당ㆍ상장 등을 통해 대주주에게 막대한 이익을 남겨주는 것은 엄연한 기회편취”라며 “주주가 소수인 회사라 해서 회사 자금을 논란의 여지를 남기며 사용해서는 곤란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