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획기적 변화에 숨은 ‘최태원 노림수’는 무엇?
7월 지주사 전환 앞두고 최 회장 ‘계산’에 관심 집중
2007-05-04 송문영 기자
시민단체 “국내 기업구조 개선 위한 새 전기 마련”
일각 “지주사 전환으로 취약한 지분율 강화 노린 듯”
지난달 11일 SK그룹이 지주회사로의 체제 전환을 공시함으로써 재계의 관심은 그룹 총수인 최태원(47) 회장의 향후 입지변화로 쏠리고 있다.SK그룹은 현재 최태원 회장이 소유구조의 정점에 서있고, 그 아래 SK C&C→SK㈜→SK네트웍스→SK C&C로 연결된 형태와 SK C&C→SK㈜→SK텔레콤→SK C&C로 연결된 형태 두 가지로 구분돼있다.이 두 갈래의 지배구조는 모두 순환출자방식에 의해 운영돼왔는데, 순환출자의 특성상 대기업집단이 자신들의 계열사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금을 임의 회전시키거나, 그 과정에서 장부상 자본금과 실제 자본금의 차이가 발생하는 등 기업의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왔다.이런 까닭에 최태원 회장의 이번 지주회사 전환 선언은 금융권으로부터 ‘지배구조 쇄신 의지가 돋보이는 획기적 변화’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SK그룹은 오는 7월1일부로 새 지주회사의 이름을 SK㈜로 명명하는 한편 정유ㆍ석유화학ㆍ자원개발 사업 등을 담당해 온 기존 SK㈜는 SK에너지로 변경, 그룹 자회사로 분리할 계획이다. 이로써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최태원회장→SK C&C→SK㈜→SK에너지 등 각 계열사’의 형태로 수직화 된다. 소유구조를 단순화함으로써 경영책임의 주체가 분명해지고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가능성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최 회장 SK C&C 지분 활용방안에 이목 쏠려그러나 이 같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보유지분이 취약한 최 회장이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통해 자신의 지배권을 높이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SK㈜의 지분이 0.97%에 불과한 최 회장이 향후 지주회사를 지배하기 위해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SK C&C를 이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최 회장은 현재 SK C&C의 지분을 44.5% 가지고 있으며 그의 친족들이 차지하고 있는 지분까지 합하면 점유율은 총 55%에 달한다. SK C&C는 SK㈜의 지분을 11.16% 차지한 최대주주이며, SK㈜는 다시 SK네트웍스와 SK텔레콤의 지분을 각각 40.59%, 21.75% 갖고 있다. 즉 SK C&C가 그룹 지배구조의 출발점에 있는 셈이다.따라서 SK그룹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될 경우 각 계열사의 지분은 SK C&C를 향해 집중되고 이로써 최태원 회장→SK C&C→SK(주)의 지배구조가 형성, 최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한편 최근 최 회장이 SK네트웍스 측에 무상증자한 워커힐 지분 40.69% 또한 도마 위에 올라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03년2월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분식회계 사실이 발각됐을 당시 사건의 책임을 지고 채권단에게 SK글로벌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약속한바 있다.그리고 지난 11일 1천200억원 상당의 워커힐 지분 전량을 SK네트웍스에 무상 출연했다. 그러나 같은 날 지주회사제 전환을 발표함으로써 SK네트웍스를 다시 지주회사인 SK㈜의 지배구조 아래 묶어뒀으니 최 회장의 지배력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최 회장이 최후의 수혜자로 남게 될 것이란 논란에도 불구하고 SK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은 국내 기업구조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국제지배구조네트워크의 장하성 이사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권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어도 투명성과 책임성은 제고되고 계열사 간 출자구조도 해소될 것”이라며 “신규사업의 진출 시 더 이상 계열사를 동원하지 않고 시장을 통해 확보한다는 것도 지주회사 전환의 이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