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52시간 근로 '노동생산성 제고' '고용 창출' 기대
노동계 요구한 휴일중복할증 대신 유급 공휴일 민간도입
기업 부담 증가, 영세업체 근로자 외면 지적
2019-02-27 박숙현 기자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여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야근 문화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축소 우려가 제기되지만 명절 등 공휴일 유급 휴가를 모든 사업장에 확대하기로 해 충격이 줄어들 전망이다. ▮주 근로시간 관행적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확정개정안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은 주당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기업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줄어든다. 상시 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사업장과 공공기관은 오는 7월 1일부터, 상시근로자가 50~299명인 사업장은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상시 근로자가 5~49명인 사업장은 오는 2021년 7월 1일부터 근로시간 단축 법안을 준수해야 한다. 이는 전면 시행에 따른 업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개정안은 이와 함께 노사가 서면 합의를 하면 주간 12시간 제한을 넘어 연장 근무가 가능한 '특례 업종'을 현재 26개에서 5개로 줄이기로 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서 합의한 특례 업종은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이다. 이들 5개 업종도 무제한적인 근로가 불가능하도록 오는 9월 1일부터 연속 휴식 시간을 최소 11시간 보장하도록 했다. 이 밖에 15세 이상 18세 미만 근로자의 근로시간도 현행 최대 1주 46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기로 했다.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주당 근로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당사자 간 합의 하에 1주간 12시간 한도로 연장 근로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법에 명시된 '1주 간'을 토‧일을 포함해야 할지 명확한 규정이 없었다. 이에 대해 그간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토‧일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행정해석했고 사업장에서는 이를 따라왔다. 법 개정을 추진해온 문재인 정부는 법 개정에 앞서 이 같은 행정해석을 폐기하겠다고 했고, 법이 개정되는 즉시 이를 실행할 방침이다.이는 과로문화를 막는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근로시간 단축은 두 가지 효과가 있다"며 "우선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생산 관행 개선 효과가 있다.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 감안하면 개선 효과가 분명 있을 것으로 본다. 또 대체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관공서 공휴일 유급 휴가 민간 기업으로 확대 적용근로시간 단축이 근로자에게 무조건 환영받을 일은 아니다. 일하는 시간이 줄면 그만큼 받는 급여도 줄기 때문이다. 이에 노동계는 휴일 근로 수당과 야간·연장 근무 수당을 중복해 현행(통상임금의 50%)보다 2배 더 지급토록 가산수당에 대한 중복할증을 요구해왔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휴일 근무가 휴일 근무이면서 동시에 연장 근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는 기업의 고용과 경영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대신 업체의 성격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공휴일에 대한 유급 휴가를 보장하기로 했다. 현재도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 또는 노조가 있거나 규모가 큰 사업장 등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통해 자체적으로 공휴일(삼일절·광복절·개천절·성탄절과 설·추석 연휴 등)에 대한 유급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 휴일을 주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어 사내 관련법이 없는 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들은 일요일만 유급 휴가를 보장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모든 근로자들은 일요일 외 법정 공휴일에도 유급 휴가를 쓸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공휴일 유급 휴가 적용은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과 상시 근로자 30~299명 사업장, 상시 근로자 5~30명 사업장에 대해 각각 2020년 1월 1일부터 1년 간격으로 단계적 확대 적용된다.▮연간 12조 비용부담 증가...5인 미만 영세업체 근로자 소외이번 개정안에 대해 환노위는 "노사 양측의 균형을 맞춘 결과"라며 대승적 차원의 수용을 호소했다. 하지만 노사 양쪽에서는 각각 임금 부담 상승과 근로 보호 사각지대 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임금 부당 상승과 관련 이주열 총재는 "근로시간 단축에도 기존 근로자 임금 수준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특히 초과 근무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 입장에서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비용부담 규모는 휴일 중복 가산(통상임금 200%) 효과를 빼고 연간 12조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근로 보호 사각지대와 관련해선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근로자들을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결함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58만 명에 달하는 이들은 근로시간 제한 적용 대상에서 배제된 것은 물론이고 법정 공휴일 도입 대상에서도 빠졌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간에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노동계는 여야가 영세 사업장 생산성과 경영환경을 고려해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근로자 보호 조항을 개정안에 담지 않은 것으로 보고, 국회에 대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