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朴회동, 경선룰 놓고 '시각차' 재확인
구체적 합의 실패...'분란 수습' 강재섭 대표 구상 '금' 갔다
2008-05-05 매일일보
【매일일보제휴사=뉴시스】한나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4일 만나 4.25 재보궐선거 이후 불거진 당내 분란 수습책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으나 경선룰 문제에 대해 이견을 나타내는 등 사실상 구체적 합의를 이루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이날 회동을 기점으로 경선룰 결정 위임을 받아 한나라당내 분란을 수습하려고 했던 강재섭 대표의 구상에 금이 가게 됐으며, 경선룰에 대한 최종 결정을 놓고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간의 힘겨루기가 새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기준 대변인은 이날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한나라당의 새출발을 위해 좋은 말씀을 나눴다"면서 "강재섭 대표가 제안한 9가지 안에 대해 대선주자 두 분께서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이 싸우는 것처럼 보인는 것은 경선룰에 대해 자꾸 얘기가 나오기 때문"이라면서 "당이 살아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이고 공당이 원칙을 흔드는게 네가티브다. (이 전 시장에게) 이 자리에서 (원칙대로 합의)하자고 말씀을 드렸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또 "강 대표가 중재안을 마련하면 따를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번에 (경선룰) 합의를 봤는데 맘에 안드는 것 얘기하면 고쳐주고 한다면 나도 불만 제기하면 바꿔주고 할 것이냐"고 답변해 사실상 기존안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명박 전 시장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경선룰은 당 대표를 중심으로 최고위원회가 책임지고 만들도록 하자고 했다"면서 "자주 만나 의사소통을 하고 네가티브에 대한 부분은 당 조직을 통해 막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 경선룰과 관련 "시대상황에 맞게 당도 변해가야 하며 열린우리당의 경우도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하는데 한나라당이 폐쇄적으로 가면 좋지 않다"면서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비율이 5:5가 되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유기준 대변인은 두 후보측의 입장이 이처럼 미묘한 차이를 나타내자 "법정에서 원고는 원고의 주장을 피고는 피고의 주장을 하는 것이고 판결은 재판장이 내리는 것 아니냐"면서 "당에서 경선룰을 만드는데 원칙적인 동의가 있었던 만큼 최고위에서 마련한 경선룰을 (두 후보측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또 경선룰 합의에 대한 이견에 대해 "회의가 끝날 무렵 강 대표가 제안한 9가지에 대해 동의한다고 브리핑을 해도 되느냐고 두 분의 의사를 확인했는데 두 분 다 고개를 끄덕이며 정확하게 동의했다"면서 "경선룰에 대해서는 합의가 안됐지만 경선룰을 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합의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문제가 된 9개항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인 경선룰과 관련된 조항은 '경선룰 문제는 당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상의해 빨리 결정하되 명분있고 합의 정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문구다. 이밖에 강 대표가 이날 제시한 9개항은 ▲경선 승복 ▲5월 22일부터 6월 28일까지 5개 권역별로 전국 정책토론회 개최 ▲당내 국민검증위원회 출범 ▲캠프 상근 현역의원 축소 ▲부정부패 엄단 ▲대선주자 간담회 정례화 ▲시도지부장 선거 연기 ▲결원된 최고위원 전국위원회 선거 과열 자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