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강화에 양천·송파·노원 ‘직격탄’…“관망세 확대”
아직 급매물은 없어… 매수 문의도 사라져 비강남권 재건축 주민들 연대 움직임 확산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정부가 공동주택 재건축 연한과 안전진단 강화라는 초강수를 두자, 재건축 연한은 채웠으나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재건축 추진 단지가 상당수 몰려 있는 양천구와 노원구, 송파구 주택시장이 동요하고 있다. 한꺼번에 급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등의 현상은 빚어지지 않았지만, 매수 문의가 현저히 줄고 거래가 사실상 얼어붙는 등 조정국면에 접어들어 당분간 ‘관망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차기 재건축 수혜주로 꼽히며 주택가격이 들썩였던 목동은 정부 정책 발표 이후 혼란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목동 1~7단지의 경우 준공 30년을 넘어 재건축 연한을 채웠지만 안진진단 통과 단지는 단 한 곳도 없다. 그럼에도 과거 정부의 수요억제정책에 부동산 가격이 주춤했다 급등했던 전례에 비춰 속단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이다.
목동7단지 주민 A씨는 “재건축이 좌절돼 동네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지만 결국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방향을 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인근 부동산에서도 감지됐다. 목동 인근의 M부동산 공인중개사는 “하루에도 수십 통씩 오던 매수 문의 전화가 한자리 수로 떨어졌지만 과거에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 이후 뜸해졌다 한 달 새 회복하는 패턴을 보여 왔다”고 전했다.
T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매수자들이 향후 추이를 가늠하는 단계여서 가격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지난달 1~2개에 그친 매물이 이번 달에는 정부 발표 영향으로 6개 가량 나왔다”며 “1층이긴 하지만 9억5000만원 선에서 거래되던 85㎡대가 5000만원 낮춰진 9억에 매물이 나왔다”고 밝혔다.
안전진단 강화로 사실상 재건축이 좌절된 문정동 올림픽 훼밀리타운과 방이동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등지는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올림픽 훼밀리타운 주민들은 아직 정책 발표 초기인 만큼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이며 재건축 찬반 비율도 5대 5로 팽팽하다. 아직은 ‘관망’ 분위기로 오는 4월 신임 아파트입주자대표회장의 임기가 시작되면 재건축 관련 움직임이 생길 것이라는 게 아파트 관계자의 전언이다.
인근 O부동산 공인중개사는 “부동산 분위기는 차가운 편으로 매수 문의가 줄긴 했지만 경기는 변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D부동산 대표도 “주민들을 보면 재건축 추진 찬반 비율 거의 동일해 시장 분위기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선수촌아파트는 최근 재건축 호재를 타고 1년 새 전용면적 84㎡ 기준 5억원이 오르는 등 가격 상승 기대감이 큰 곳이어서 당황스러운 모습이 역력하다. 선수촌아파트 입주민들은 다음 달 규제 강화 전 안전진단을 신청하고 나섰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재건축 준비위원장은 “재건축 기대감이 무너져 내린 상황이지만 기준입법 완료 전에 안전 진단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한차례 8·2 부동산 대책으로 투기지구로 지정된 데 이어 재건축 좌초 타격까지 입은 노원구 상계동도 비슷한 상황이다.
상계 주공아파트 인근 S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아직은 큰 변화는 없지만 급매물이 1~2개 정도 나온 상황이지만 아직까진 매물이 많지 않고 급락 현상까진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J부동산 공인중개사도 “급할 것은 없다는 분위기로 지켜보는 단계로 보면 된다”며 “주공3단지의 경우 59㎡대 기준으로 4억3000만~4억7000만원 정도에 형성돼 있으며 아직까진 큰 변동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자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진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집단 반발하며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양천·노원·마포·구로·강동구 일대 비강남권 재건축 단지 아파트 주민들은 최근 국토교통부를 항의 방문한데 이어 연대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