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앞둔 전세시장은 수요 ‘뚝’…하락폭 확대
서울, 거래량 ‘급감’…재건축 이주 때까지 안정세 예상
수도권 입주폭탄 본격화…5월까지 3만6천가구 입주
2018-03-04 김보배 기자
[매일일보 김보배 기자] 봄 이사철을 앞둔 서울 전세시장은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물량이 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 하지만 올해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대규모 이주가 예정돼 있어 강남발(發) 전세대란이 언제 촉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경기 일부지역은 대규모 입주 물량으로 인해 역전세난도 우려되고 있다.4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최근 전세시장은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로 인해 하락폭이 확대되고 있다.한국감정원의 26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대비 0.06% 내렸다. 지난주 -0.02% 하락해 전주(-0.07%)보다 낙폭이 줄어드는 듯했지만 다시 하락폭이 커졌다.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0.02%로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하락했다. 특히 강남권의 아파트 전셋값 약세가 두드러졌다. 서초구가 지난주보다 0.3% 떨어졌고 강남구(-0.16%)와 송파구(-0.13%), 강동구(-0.13%)도 일제히 하락했다.경기권 전셋값도 0.09% 떨어져 지난주(-0.03%)보다 낙폭이 커졌다.최근 ‘갭투자자’가 내놓는 전세물량이 많고 수도권 신도시 새 아파트 입주 증가, 겨울방학 수요 마감, 재건축 이주 시기 조정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정부의 부동산 시장 압박에 전세시장이 하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전월세 거래량도 동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 지역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28일 기준)은 1만5920건을 기록 중이다. 하루 평균 568건이 거래된 셈이다. 이는 지난해 2월 일평균 거래량인 768건(총 2만1503건)과 비교하면 무려 25.9% 감소한 수치다.특히 2월 거래량 기준으로는 서울시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지금까지 최저 기록은 2012년 2월의 601건(총 1만7430건)이었다.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2월은 이사를 많이 하는 성수기로 꼽히는데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며 “수도권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늘면서 전세수요가 서울 인근으로 분산돼 거래가 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실제 3~5월 전국에서 총 9만3358가구(조합물량 포함)가 입주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6만6000여가구 대비 40.5%가 증가한 규모다. 수도권은 3만6452가구가 입주할 예정으로 전년보다 106.7% 증가했고, 지방은 5만6906가구가 입주 예정으로 전년보다 16.6% 늘었다.전문가들은 전세 공급원인 수도권 입주물량의 증가로 서울 전셋값 안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강남 재건축 이주가 본격화되면 시장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연구위원은 “지방이나 수도권 남부지역은 입주물량 쇼크가 본격화하고 있고, 서울은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 때문에 전세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발달된 교통수단 활용해 수도권 지역의 싼 신규 아파트로 전세를 찾아 이동하는 ‘탈 서울현상’도 전세시장의 약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이어 “현재 전세가격 하락이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미지수지만 봄 이사철이 돼도 수도권 입주물량이 넉넉하기 때문에 전세시장 안정세는 1~2년 더 이어질 가능성 높다”며 “이에 따라 주택의 월세화 현상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세공급이 많아 일시적으로 전세 종말보다 전세 부활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전세시장은 보통 홀수년도에서 상승세를 보이지만 최근 2년 동안 전세 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하며 전셋값이 많이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며 “재건축 단지가 이주를 시작하면 멸실주택이 늘며 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고, 경기지역 등 입주물량이 대거 예정된 지역에서는 역전세난이 우려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