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당, ‘다르다’는 건 확실한데…‘대안’이 될수는 있을까?

[현장] 국민참여당 제 2회 전국당원대회

2012-03-20     변주리 기자

[매일일보=변주리 기자] “국민참여당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19일 열린 국민참여당 전국당원대회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박무 최고위원 후보가 후보자 연설을 마치자, 사회를 맡은 김시종 중앙당 조직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확실히 그의 연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박무 최고위원 후보자는 연설에 앞서 참여당을 상징하는 노란 손장갑을 끼고 마이클잭슨의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최고위원 후보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는 그의 춤은 너무도 어설펐지만, 이날 전당대회에 참여했던 모든 참여자들이 환호를 지를 만큼 멋진 무대였다.

춤이 끝나자 그는 거친 숨을 가다듬으며 “이런 게 바로 국민참여당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국민참여당에 가진 자부심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는 뼈있는 한 마디였다.

‘대안정당’ 꿈꾸는 국민참여당

19일 국민참여당의 제2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국당원대회가 열렸다. 전당대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재정 전 대표는 “국민참여당은 창당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꾼 민주주의의 보루가 되기 위해 하나의 대안정당을 꿈꾸고 시작했다”며 “2기 지도부는 이러한 사명감을 갖고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안정당’을 꿈꾸는 국민참여당의 제2회 전당대회는 박무 최고위원 후보자 연설처럼 다른 정당들의 전당대회와는 뭔가 달라도 달랐다. 당 지도부와 당원 등 참석자 모두가 ‘정치행사’가 아닌 ‘축제마당’을 즐기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이날의 백미는 참가자 모두가 함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시간이었다. 유시민 대표의 취임 인사 직후 ‘빙고’와 ‘분홍립스틱’ 가요가 흘러나왔고, 모든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율동을 췄다. 유시민 대표와 이재정 전 대표도 체면 따윈 잊어버린 듯 웃음 가득한 얼굴로 율동을 따라했다.

전당대회에 참석한 당원들도 어르신부터 젊은 직장인, 대학생까지 다양했다.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에 사는 직장인 이민진(33)씨는 국민참여당의 발기인 대회 때부터 참여한 당원이었다. 이씨는 참여당의 당원이 된 계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참여당은 다른 정당과 다르다”고 답했다.

이씨는 “참여당 당원이 되기 전에도 다른 정당들의 당원 활동을 몇 번 해본 경험이 있다”며 “참여당은 당원들의 ‘참여’를 적극 이끌어내며 세련되게 정치를 하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유시민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들도 여럿 참석한 듯 했다. 이날 일반 시민으로 참석한 김승미(경기도 안양시·40)씨는 시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두 아이와 함께 온 주부였다. 김씨는 당원이 아닌데 어떻게 참석했냐는 질문에 “주말이라 가족과 함께 놀러오는 기분으로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했고,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국민참여당에 관심이 많았다”며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참석자들만큼은 모두 국민참여당에 ‘대안정당’으로서의 희망을 갖고 있는 듯 했다.

유시민 대표와 국민참여당의 과제

야권 대선 후보군 중 유 대표는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을 만큼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국민참여당은 2010년 1월 17일 공식 창당한 이래 아직까지 소속 국회의원이 없는 원외정당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 대표는 “유 대표와 정당 지지율 간에 괴리감이 있다”는 질문에 “국민들이 충분히 좋아할 만한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잘 몰라서 의사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당이 꿈꾸는 ‘대안정당’이 되기 위해선 적어도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석 이상의 국회의원 의석수를 확보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그 꿈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는 이유다.

유 대표도 이를 인식한 듯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2012년 4월(총선)에 우리는 적어도 스무 명의 남녀 당선자들이 노란 넥타이와 스카프를 매고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제19대 국회의원 선서를 하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한 과정으로 유 대표는 “4월27일(재보궐 선거), 국민참여당은 첫번째 국회의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당이 현재 4·27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세운 지역은 성남 분당을과 김해을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포부가 이루어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참여당이 이종웅 후보를 내세운 성남 분당을은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한나라당 내에서는 후보 공천만 되면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박계동 전 국회사무총장, 김기홍 전 인천지법 판사, 장석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박명희 전 경기도의원, 한창구 전 분당구청장 등 6명이나 공천을 받기 위해 힘겨루기를 벌일 만큼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다.

게다가 유 대표의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이광재 전 강원 도지사가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성남을 후보로 나선다면 지지할 것이라고 선언해 친노진영이 분열하고 있다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떠돌고 있다.

손 대표 측에선 현재까지 이렇다 할 속내를 내비치지 않고 있지만 후보 출마를 선언할 경우 분당을에서의 야권연대가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 대표는 이에 대해 이날 전당대회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생이 어렵고 국정이 혼란스럽기 때문에 누구나 깊이 고민하는 시기다. 이 전 지사 나름대로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판단이 여러 가지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자기의 길에서 성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이 전 지사의 손 대표 지지 선언이 분당을 선거에 걸림돌이 된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참여당이 가장 신경을 쏟아 붓고 있는 지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이다. 상징성이 높은 만큼 김해을을 내줄 경우 참여당과 유 대표 모두 회복할 수 없는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유 대표로서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참여당은 야권 단일 후보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농업특보를 내세우고 있지만, 경선 방식을 놓고 민주당과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조직력이 우세한 민주당은 국민참여경선을 주장했으나 여론조사 경선으로 합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론조사 경선도 본선 경쟁력을 물을 것인지, 단일 후보로 적합도를 물을 것인지 등에 따라 당별로 유·불리가 갈리기 때문에 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참여당과 유 대표가 ‘대안정당’의 꿈을 이룰 수 있을지, 앞으로 다가올 4·27 재보궐 선거와 2012년 총선 결과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