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핵화 카드 끌어낼까...김정은 만나는 대북특사
북미 대화 온도차 여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관건'
2019-03-04 윤슬기 기자
▮사상 첫 ‘공개 특사’…북미 대화 관건
청와대는 4일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장원장을 포함한 대북 사절단이 오는 5일 방북할 것이라 발표했다. 사절단은 1박 2일간 평양에 체류하면서 김 위원장을 면담하고, 북한이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북미대화에 나서고 이를 토대로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장관급 인사 두 명이 대북 사절단에 포함된 것은 전례가 없던 일로, 문 대통령의 남북, 북미를 둘러싼 문제해결 의지가 매우 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북통인 서 원장과 대미통인 정 실장이 원활한 대북협상을 이끄는 동시에 이를 토대로 대미 소통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앞서 서 원장은 지난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북 협상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경험이 풍부한 명실상부한 대북전략통으로 꼽힌다. 정 실장 역시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 백악관 안보 핵심라인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인물로 대북 협상 결과를 백악관과 공유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이에 사절단 역시 의례적인 방문보다는 남북관계 회복과 북미 대화 조율이란 핵심 실무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등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가 단순히 북‧미간 중재역할에 국한하기 보다는 적극적 역할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 모멘텀을 유지하는 동시에 한반도 문제에 있어 '운전석'에 앉겠다는 포석도 깔려있다.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으로부터 한번에 비핵화 대화를 꺼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탐색적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대답을 북한으로부터 얻어내더라도 성과는 있다"고 말했다.▮북미 대화 온도차 여전…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관건'
문 대통령은 이번 사절단 파견을 통해 북한을 ‘북미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북한의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고 동시에 북측에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 고위급 대화가 성사됐고 이 같은 분위기를 북미 대화로 이어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간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의 진전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대화를 견인해 내겠다는 구상을 밝혀왔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 특사 파견은 북미 대화 중재를 위한 승부수로 풀이 된다.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 역시 “지금은 남북정상회담보다는 북미대화가 먼저”라면서 “문 대통령도 정상회담을 위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한 만큼 그 여건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게 북미대화이고 거기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 관련 문제를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혀온 만큼 이번 사절단 파견 역시 미국 측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 측이 발신한 메시지를 토대로 미국 측에 관련 입장을 전달해 본격적인 북미 대화 중재에 나설 전망이다. 실제로 정 실장이 방북 이후 미국을 방문해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대북공조 방향을 조율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뿐만 아니라 대북 특사 파견에 따른 북‧미간 후속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대북 특사가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일인 9일 전에 파견되기 때문에 북한이 패럴림픽에 고위급 대표단을 다시 파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 경우 미국의 평창패럴림픽 대표단장으로 임명된 커스텐 닐슨 미 국토안보부 장관과의 접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그러나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북미간 입장차를 단번에 좁힐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백악관은 지난 1일 한미 정상 간 통화 직후 “양국 정상은 향후 북한과의 어떤 대화라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란 목표를 가지고 열려야 한다는 강력한 입장을 견지한다”고 밝혔다. 즉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비핵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북한 역시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북미 대화는 하지 않겠다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3일 “단 한 번도 미국과 전제 조건적인 대화에 나선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평등한 입장에서 상호 관심사를 논의하는 대화를 지향하며, 대화를 구걸하거나 군사적 선택을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역대 대북 특사
그간 역대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하기 위해 대북특사를 파견하곤 했다. 주로 정보수장이나 대통령의 최측근이 주로 그 역할을 맡았지만, 특사라고는 했지만 주로 사후에 알려진 밀사(密使)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번 대북 사절단은 사전에 면면과 일정을 발표하고 공개적으로 보내는 첫 특사다.대북 특사의 시작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정희 정부는 1972년 5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북한에 특사로 보냈다. 당시 이 부장은 김일성 주석을 면담하고 7‧4 남북 공동성명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전두환 정부에서도 박철언 안기부장 특보와 장세동 안기부장이 밀사로 나서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했으나 실패했다. 노태우 정부 역시 서동권 안기부장을 북한에 보냈지만 정상회담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김대중 정부에서는 2000년 3월 최측근인 박지원 문화부장관을 특사로 보냈다. 박 장관은 싱가포르와 중국에서 네 차례 남북 접촉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을 타진한 끝에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노무현 정부 때는 2005년 6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자회담을 거부하는 북한을 설득하라는 특명을 받고 방북했고, 한 달 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했다. 이후 그해 9월 북핵 해결을 위한 로드맵인 9‧19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이번 대북 사절단은 지난 2007년 8월 방북한 김만복 국정원장을 끝으로 10년 만에 대북사절단을 파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