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 균형 잃는 소상인의 워라밸
평균 휴무일 월 3일, 하루 11시간 영업
삶의 질 만족도 50점, 노동시간 대비 순수입 불균형 상태 심각
2019-03-05 나기호 기자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일과 삶의 균형이라 불리는 워라밸이 올해 핵심 키워드로 부상 중이지만, 소상인들은 긴 노동시간과 여가시간 부족 등으로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5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전국 자동차·부품판매업, 도매·상품중개업, 소매업, 음식점업 등 4개 업종의 5인 미만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소상인 일과 삶의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상인들은 긴 노동시간과 여가시간 부족으로 일과 삶의 만족도가 모두 50점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소상인 사업주는 한 달에 평균 3일을 휴무하며, 주 6일 이상 하루 평균 10.9시간 영업해 여가 등 개인시간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점업·소매업의 경우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각각 11.4시간, 11.1시간으로 가장 열악함에도 불구, 이들 업종의 평균 순수입은 다른 업종보다 낮게 나타나 노동시간과 순수입의 불균형 상태가 가장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긴 노동시간으로 인해 소상인이 느끼는 사업의 전반적 노동강도는 100점 만점에 65.6점으로 매우 높았다. 업종별로는 음식점업과 자동차·부품판매업에 종사하는 소상인의 노동강도가 각각 70.7점, 68.0점으로 나타나 업종에 따라 노동강도가 더 상승했고, 가족기업의 노동강도(67.2점)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일의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분야별 사업운영 만족도에서는 가업승계(‘현재의 사업을 가족에게 물려줄 마음이 있다’ 2.25점)와 노동시간(‘사업운영을 위해 일하는 노동시간이 적정하다’ 2.39점) 부분이 가장 부정적으로 파악됐다.소상인이 경영자로서 느끼는 일(직업)의 만족도는 51.6점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일 만족도는 2014년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일 만족도(61.5점) 대비 9점 이상 하락한 수치로, 소상인이 느끼는 직업 만족도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40대 미만(61.0점) 대비 60세 이상의 만족도(48.4점)는 약 13점 낮은 것으로 나타나 연령이 높을수록 일에 대한 만족감이 급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한편 소상인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는 54.3점으로 조사돼, 2014년 중기중앙회가 발표한 삶의 만족도(65.9점) 대비 11점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삶의 질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40대 미만(59.6점) 대비 60세 이상의 만족도(51.8점)가 7점 이상 차이를 보여 연령이 높을수록 삶의 만족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삶의 만족도를 세부 분야별로 살펴보면, 여가생활 만족도(38.1점)가 가장 낮았다. 이어 자기개발·교육(38.8점)과 수입(41.3점) 만족도가 하위를 기록한 반면, 사회적 관계지표인 가족관계(65.7점) 및 인간관계(62.2점) 만족도는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와 비교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여가생활 만족도가 가장 낮은 이유는 양질의 여가생활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으로 분석된다. 소상인 두 명 중 한명은 여가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51.7%), 여가가 있는 소상인의 1주 평균 여가시간도 5.9시간으로 국민 평균(29.7시간)에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중요한 요소 관련 질문에서는 ‘건강과 안전’(36.4%)을 선택한 소상인이 가장 많았으며, ‘가족관계’(25.5%)와 ‘수입’(24.0%)이 뒤를 이었다.최윤규 중기중앙회 산업통상본부장은 “최근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해 전 세계적으로 ‘워라밸’이 주목받고 있으나, 우리나라 일·가정 양립지수는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낮은 실정이며, 특히 일과 삶의 연계성이 높은 소상인에 대한 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소상인의 일과 삶의 패턴을 분석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워라밸 요소를 파악할 수 있어 최근 근로시간 단축법안 통과 등 정부의 과로사회 개선 정책에 대한 방향 제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