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자금 조성 의혹' 오리온그룹 압수수색
2011-03-23 신재호 기자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계열사 매각과 관련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저가에 발행한 뒤 이를 되팔아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에 대해 오리온 그룹은 당황스럽다는 반응과 함께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검찰 수사의 배경은 실제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3대 의혹은 무엇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중희)는 22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계열사 지분 헐값 취득 및 비자금 조성 의혹 등과 관련,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 9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그룹 본사와 인근 계열사 등에 검사와 수사관 등 30여명을 보내 회계장부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각종 전산자료를 확보했다.
검찰과 국세청에 따르면 담 회장은 2000년 6월 그룹 계열사인 온미디어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구입한 후 온미디어 지분을 취득하고 다시 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BW를 일부러 낮게 책정해 거액의 시세 차익을 거둔 의혹을 받고 있다. BW는 발행회사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일컫는다.
이후 담 회장은 2005년 온미디어 주식 16만여주에 대해 주당 2만5000원의 BW를 행사했고, 1년 뒤에 온미디어를 상장하면서 액면가 기준 5만2000원에 결정, 두 배가 넘는 수익을 거뒀다.
또 온미디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얹어 CJ그룹 계열사인 CJ오쇼핑에 4345억원에 팔아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6월 온미디어를 CJ에 주당 7만9200원으로 넘겨 결과적으로 87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셈이다.
검찰은 또 오리온그룹이 최고급빌라인 ‘청담동 마크힐스’를 신축하는 과정에서도 소유 부지를 헐값에 매각한 후 시공을 다시 계열사가 맡는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오리온은 서울 강남 청담동 일대 1175㎡ 규모의 창고 부지 등을 2006년 7월께 두 개의 건설 시행사에 매각했다. 당시 인근 시세는 3.3㎡당 5000만원을 호가했으나, 오리온은 3000만원에 책정해 총 160억원에 소유 부지를 팔았다.
이후 한 개 시행사는 소유 부지를 다른 시행사에 매각했고, 그 다음 기존 시행사와 소유권을 넘겨받은 시행사가 손잡고 부지 개발에 나섰다.
2008년 두 시행사는 650억원 가량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일으켜 최고급빌라 신축 사업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오리온의 건설계열사인 메가마크가 시공사로 참여하게 됐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오래전부터 뒷말이 돌았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한 정황을 포착,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등의 얘기까지 나왔다.
더욱이 검찰 내사설이 나온 직후에도 ‘청담동 마크힐스’는 세간의 입방아에서 내려 올 줄 몰랐다. 불법 증축설에서부터 재벌기업 오너의 장녀 분양설까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당황한 오리온…혐의에 대해 파악중
이날 검찰의 압수 수색에 대해 오리온 그룹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일단 검찰이 살펴보는 혐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검찰이 오전 10시30분께 찾아와 ‘국세청 수사의뢰’라고만 알리고 재무와 회계 쪽 부서 자료를 오후 4시까지 압수수색했다”며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어리둥절한 상황인데 어떤 혐의에 대한 수사인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담철곤 회장이나 강원기 대표이사 집무실은 압수수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담 회장의 편법 지분취득 의혹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2000년 6월 온미디어 헐값 매각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의 경우 온미디어에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당시 시세에 따라 정당한 가격으로 구입했다”며 “시세차익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은 이미 국세청 조사를 통해 대부분 해명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청담동 부지 매각을 둘러싸고 오래전부터 말들이 많았으나, 이 역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 매각했고, 시공에 참여하게 됐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검찰은 오리온그룹의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상당부분 정황 증거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검찰과 오리온그룹 간 치열한 법적 다툼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재계, 상황 예의주시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는 이번 사안이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오리온그룹이 조사받고 있는 BW 저가 발행과 회사 부지 헐값 매각 의혹은 여타 대기업에서도 자주 문제로 거론된 적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
이에 재계는 오리온그룹의 사정 바람이 추후 다른 대기업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편 오리온그룹은 동양가에 속하는 기업으로서 동양그룹 창업주 고 이양구 회장의 둘째 딸인 이화경 오리온 사장의 남편 담철곤 회장이 이끌고 있는 재계의 대표적인 ‘사위 경영’ 기업이다.
또 이 회사는 재계 서열 30위권 정도의 중견기업으로 최근 미디어 사업을 CJ그룹에 매각하고 사업군을 건설 및 레저와 금융 등으로 새롭게 꾸려 그룹의 재도약을 꾀하던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