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세무조사 하나은행으로 불똥튀나

[기획] 세무조사의 계절, 은행권이 떨고 있다 (2)

2012-03-23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은행권에게 2011년은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정기 세무조사’의 해이다.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하나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올 상반기 세무조사를 받게 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에 대한 세무조사가 3월 초 시작돼 오는 6월 말까지 고강도로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국민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씨티은행이 모두 상반기 세무조사를 앞두고 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세금을 제때 꼬박 꼬박 냈으면 세무조사가 두려울 이유가 뭐 있겠나” 싶지만 대한민국 기업인들은 “경영이란 게 그렇지 않다”며 알쏭달쏭한 이야기들을 내놓는다. 고의든 실수이든 누락된 부분은 있게 마련이고, 그게 아니라도 개별 기업이 안고 있는 특정 세목이 과세대상이냐 아니냐, 또 과세대상이라면 누락된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느냐를 가지고 소모전을 벌이는 것이 일상화된 ‘세무행정’의 풍경이다. 개별 기업들의 사정으로 들어가보면 이 ‘일상적 풍경’이 그야말로 사활을 건 문제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최근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하나금융지주로의 인수합병 절차가 벽에 부딪힌 외환은행도 상반기 중 세무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정확히 4년 전 이맘 때였다. 2006년 3월 22일, 외환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국민은행이 선정되었고, 이에 따라 그동안 수면에 가라앉아 있던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그해 2월 시작된 외환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는 예정된 종료시한인 5월을 넘겨 7월까지 이어졌고, 그해 10월 국세청은 외환은행에 대해 1740억의 세금을 추징했다.

당시 국세청 세무조사가 길어진 이유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외환은행 자체의 탈루 세원 확보보다 스타타워 매각과정에서 탈세사실이 적발되었던 론스타의 추가 탈세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던 것으로 관측했다.

검찰은 외환은행 매각과정에 대한 수사를 통해 그해 12월 론스타의 ‘각본’을 밝혀내고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변 전 국장의 지시로 외환은행 부실을 부풀린 혐의 등으로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을 구속기소했다.

당시 수사는 일파만파 확산돼 전윤철 당시 재경부 장관과 김진표ㆍ이헌재ㆍ진념 전 재경부장관, 권오규 당시 청와대 정책수석, 정문수 외환은행 전 이사회 의장 등 감독당국으로까지 확대되는 큰 파장을 낳았다.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되던 비슷한 시기, 본계약까지 체결했던 국민은행과 론스타 사이의 외환은행 인수계약은 파기되었고, 이듬해인 2007년 9월 HSBS가 외환은행에 대한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마저도 1년 만인 2008년 9월 계약이 다시 파기됐다.

2003년 외환은행을 손에 넣은 론스타의 세 번째 탈출이 추진되고 있는 2011년. 돌아가는 상황은 4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

2006년에 수사가 시작된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10일 유죄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사태가 원점으로 돌아갔고, 금융위원회는 이 판결을 이유로 대주주 자격판단을 유보하면서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승인도 기약 없이 미뤄져 버린 것이다.

그리고 정기 세무조사의 해가 다시 돌아왔다. 외환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는 상반기중 시작될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이와 관련한 세원 확보가 주요 조사대상이 될 전망이다.

23일 국세청 관계자는 "외환은행 등 일부 은행들의 세무조사가 예정돼 있다"며 "자세한 일정은 아직 잡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예정보다 1년 반 이상 빠른 정기 세무조사를 받아 국세청과 일전을 벌였던 하나은행은 외환은행을 계열사로 편입하는데 성공할 경우, 불과 1년 만에 다시 국세청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된다.

업종별 조사에서 그룹단위 조사로 바뀐 최근의 국세청 세무조사 트렌드를 감안하면 외환은행에 대한 세무조사가 길어져서 하나은행 계열 편입 이후로까지 이어질 경우 하나은행에 대한 조사를 다시 추진할 명분이 생긴다는 말이다.

물론 국세청이 지난 2007년 세무조사에서 추징했던 1조7000억원을 단순히 과세전적부심사를 통해 2008년 6월 스스로 스르륵 포기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하나은행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해 예정을 1년 반이나 앞당겨 진행됐던 정기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하나은행 측 관계자는 구체적인 설명 없이 “선방했다”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