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MB, 혐의 싸고 진실게임
[매일일보 김경수 기자]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오는 14일 소환조사에 반드시 응할 것을 통보했다. 이 전 대통령이 이날 검찰에 소환되면 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네 번째 전직 대통령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18개 안팎의 혐의 중 5개 혐의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도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치열한 진실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혐의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불법 상납’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검찰조사에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요구로 청와대에 특활비 2억원을 보냈다고 진술 한 것이다. 반면 이 전 대통령 측은 당시 김 기획관으로부터 어떠한 지시 사항도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일관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인사 청탁 의혹 관련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전 대통령 맏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컴플라이언스팀장 등에게 22억원의 돈을 건넸다고 적힌 메모와 비망록을 확보했다. 검찰은 실제 돈이 어떻게 이 전무에게 전달됐는지, 해당 자금 중 일부가 이 전 대통령 측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본인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다스 실소유주 의혹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전 대통령 소유의 청계재단 건물을 압수수색 했다. 그 과정에서 압수물 중 다스 자회사에 대한 투자 내용과 2007년 다스와 관련된 검찰 수사·재판과 관련된 문건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다스는 형님인 이상은 회장의 것”이라고 말했다.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도곡동 땅이 지난 1985년 15억원에 매입된 후 10년 뒤인 1995년 포스코개발에 263억원에 매각됐다. 매각대금은 각각 이상은 다스 회장과 김재정 씨가 130억원씩 나누어 가진 것으로 알려졌졌다. 하지만 이 회장 몫의 매각대금 상당 부분이 이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매각대금은 자신의 소유권이 아니라며 재차 강조했다.
◇청와대 국정문건 반출 의혹
검찰은 영포빌딩 내 다스 창고에서 발견된 MB 정부 시절 청와대 문건들이 고의로 은닉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는 청와대 문건을 반출한 옛 MB정부 청와대 관계자 및 문건 반출 지시자 등을 불러 조사해 일부로부터 향후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민감한 문건 등을 별도로 이곳에 보관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의 청와대 국정문건 반출 의혹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임기 종료 후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생긴 착오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에 수억원대 공천헌금을 건네고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은 혐의도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김소남 전 의원을 불러 불법자금의 성격과 돈을 건네게 된 경위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 외에도 이 전 대통령이 소명해야 할 혐의는 많다.
검찰은 최근 송정호 청계재단 이사장 등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 2007년 대선을 전후해 ABC상사 손모 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은 정황을 파악하고 손씨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ABC상사를 운영하며 첨단소재기업인 ABC나노텍, 서울 강남의 뉴욕제과 빌딩 등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한 바 있다. 검찰은 손씨가 사업 편의를 청탁하면서 이 같은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추적하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이던 손 회장이 2009년 민주평통 서울 부의장에 임명된 데에도 이런 금품거래와 관련이 있던 것이 아닌지 검찰이 규명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