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셋째주 금요일은 슈퍼주총데이...왜?

2011-03-25     안경일 기자
[매일일보] '주총데이' '슈퍼주총' 그야말로 주주총회 시즌이다. 특히 12월 상장법인들이 3월 셋째주 금요일에 몰아서 주주총회를 하는 관행은 어김없이 올해도 이어졌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8일을 기준으로 12월 결산법인 1677개사 가운데 66%(1107개)가 금요일에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지난 셋째주 금요일인 18일에는 413개사 주총을 한 데 이어 넷째주인 이날은 587개 회사가 주주총회을 열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기업 계열사 떼거지 주총

특히 대기업 계열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금요일에 주총을 진행하면서 '슈퍼주총'의 관행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금요일에는 삼성과 LG등 주요 그룹 대형사들이 주총을 열었고, 이날은 두산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일제히 주총을 진행한다.

기업들은 '업무일정'과 '관례' 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시민사회단체와 소액주주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여전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이지수 연구원은 "주주총회가 요식행위처럼 진행되면서 계열사들이 몰아서 주총을 열고 30분 내에 끝내는 관행들이 여전하다"며 "여러 회사의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의 접근성을 떨어트릴 수 있으므로 '슈퍼주총' 구태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주총회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비전을 이야기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소액 주주들을 위한 전자투표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자투표 대안이지만…"갈 길 멀다"

현재로선 소액주주들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자투표를 시행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해 8월 전자투표시스템(K-evote)을 도입했지만 22일 현재 전자투표를 신청한 대기업은 한 곳도 없다. 다만 22일을 기준으로 선박투자회사 관련 33개사와 비상장회사 1개사 등 소규모 주주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전자투표에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총 전에 사전 투표를 진행하기 때문에 기업의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고 소액 주주들의 입김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전자투표를 하려면 사전에 참석하지 못하는 주주들에게 투표를 요구해야 하는데 당일에 안건이 변경될 경우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전자투표의 실효성에 의문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예탁결제원은 섀도 보팅(Shadow voting)과 전자투표를 연계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섀도 보팅은 발행회사가 요청할 경우 예탁결제원에 예탁된 주식 중 일부를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의 찬반투표 비율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1월 정무위 법안소위에 상정했다. 개정안은 기업이 전자투표를 활용하지 않을 경우 예탁결제원에 섀도 보팅을 요청할 수 없도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섀도 보팅을 폐지하는게 목적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발행회사 입장에서는 섀도 보팅이 7만~10만원만 들이면 되기 때문에 굳이 전자투표를 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며 "섀도 보팅을 신청한 회사가 전자투표를 시행하면 소액주주의 의견을 피력하는 등 주주 관리 확보 차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