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기획] 청소노동자 처우 문제 개선을 위한 해법들
최선은 ‘직접고용’…차선책은?
[매일일보=송병승기자] 대형 빌딩과 지하철, 대학, 공원 등등…우리 사회 어느 곳에나 있지만 전혀 그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던 청소용역 노동자들. 청소노동자들의 문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공론화된 계기는 올 초 홍익대학교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이다.
이들은 혹한의 겨울 시멘트 바닥에서 49일 동안 진행된 점거 농성을 거쳐 전원 고용승계와 ‘약간’의 임금 인상을 이뤄 낼 수 있었다.
여기에는 하루 식비 300원이라는 충격적이고 비인간적 처우가 알려지면서 인터넷을 중심으로 집결된 사회적 관심이 결정적인 힘을 발휘했지만 한국사회가 늘 그랬듯이, 관심은 가라앉고 홍대 용역 노동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은 뒤에 남겨졌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노동자 처우문제의 근원에는 비정규직(파견·기간제 포함) 노동자를 양산하는 우리 사회의 고용구조가 도사리고 있다. <매일일보>은 청소노동자로 대변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안이 없는지 알아봤다.
① 근로환경 개선 등 원사용자에 책임성 부여 명문화
② 용역업체, 수익성 보다 공공성 목적 업·단체로 선정
③ 노조 건설 통해 노동자 자신의 힘으로 근로조건 쟁취
2011년 벽두부터 주요 사회이슈로 떠오른 청소용역 노동자 처후 문제의 바탕에는 원사용자와 용역업체, 그리고 노동자 간의 3각 관계가 있다.
원사용자는 용역업체에 ‘하청’을 맡겼다는 명분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용역업체는 또 업체 나름대로 급여조건 등의 문제는 원사용자로부터 받는 대금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전가한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있고, 이 서비스 제공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있는데 정작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최악의 근로환경에서 최저임금에 준하는 임금을 받으면서 초과근무 수당 등 법에서 정해놓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진행 중인 청소노동자 문제
고려대, 고려대 병원, 연세대, 이화여대 청소노동자 약 800여명이 지난 14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홍익대학교의 점거 파업 당시 많은 언론보도로 알려져 있듯이 청소노동자들은 나라에서 정한 ‘최저임금’에 해달하는 급여와 잠시 쉴 곳조차 없는 최악의 업무환경에 처해있고, 이는 현재 파업을 진행 중인 타 학교들 역시 별반 다른지 않은 상황이다.
청소노동자들이 일 하는 공간의 ‘주인’인 각 대학 측이 직접 나서서 관련 사항을 해결해야 함은 누가 봐도 분명하지만, 대학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청소노동자들의 파업에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시스템은 원 사용자와 용역업체간의 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용역업체가 노동자들을 뽑아 관리하는 방식인데, 이러한 체제에서 노동자들은 임금, 근무환경, 원 사용자와의 마찰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최선은 ‘직접고용’
강고해만 보이는 ‘원사용자-하청업체-노동자’의 3각 구도를 깨는 가장 근원적인 처방은 옛날처럼 모든 근로자를 원사용자가 직접 고용하는 것이다. 물론 직접고용이 모든 노동착취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최소한 갈등이 불거졌을 때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해주고, 급여 문제에 있어서 중간에서 새어나가는 부분을 없앰으로써 실질적인 임금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원 사용자가 직접 고용을 하면 노동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 줄 수 있고, 함께 일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용역업체에서 관리 비용으로 가져가던 금액을 노동자들의 임금에 추가 할 수 있어 임금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IMF 이후 홍대 청소 아주머니들처럼 대학에서도 외부 용역 위탁을 주는 일들이 늘었다”며 “하지만 정부기관이나 대학, 병원 등 비영리법인에 대해서는 일종의 외부위탁을 법에서 못하도록 막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바꾼 사례도 몇 곳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 노원구는 민원 업무처리, 안내, 청소 등을 해온 민간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 14명을 지난 1월 3일부로 시청 산하 시설관리공단 직원으로 직접 채용했다.
대안1. 원 사용자 책임성 부여.
‘최선’이 직접 고용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개별 사업자나 기관에게 직접고용이라는 선택지를 선뜻 뽑아들라고 강요하는 것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이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첫 번째 대안이 원 사용자에 대해 ‘책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원 사용자는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청소노동자들의 고용과 관련해 우리와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지만 실제 청소노동자들의 근무로 인해 혜택을 보는 것은 원 사용자 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책임을 부여 하는 데에는 명분도 충분하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15조에는 휴게시설에 관한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을 살펴보면 ‘사업주는 근로자들이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물론 이 법조항에는 맹점이 존재한다. 법에 명시된 ‘사업주’는 노동자와 계약을 체결한 사람을 의미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사업주’는 용역업체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원 사용자는 청소노동자들이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관리 또한 용역업체에게 떠넘기고 있다.
그러므로 법 조항에 명시되어 있는 ‘사업주’의 의미에 원 사용자가 포함 될 수 있도록 바꾸는 방안 등을 정치권에서 머리를 맞대어 검토한다면 용역업체에 관리 책임까지 떠넘기고 있는 원 사용자의 떠넘기기를 차단할 수 있다.
대안2. 용역업체를 공공성을 띈 단체로 변경.
최근 성남시는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차원에서 기존에 외지 용역업체가 맡고 있던 공공도서관 5곳 중 3곳의 청소용역을 2월부터 장애인 복지 단체인 사단법인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에 맡겼다.
성남시는 용역 업무를 맡은 장애인복지단체에 대해 성남시민을 20% 이상 고용하고 인원이 빠진 자리에는 장애인 본인 또는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을 30%이상 의무고용 하도록 했다.
성남시는 특히 계약에서 미화원 임금 기준(건물위생관리청소용역도급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도록 했다. 그 결과 청소 예산의 약 40%가 용역 업체로 흘러 들어가던 것이 개선되면서 미화원들의 급여가 월 50여만원에서 많게는 90여만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성남시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과 가로청소 분야 청소용역 업체를 시민주주기업으로 선정했다. 시민주주기업은 주주 구성원이 20명 이상이면서 성남시에 1년 이상 거주한 시민의 비율이 70% 이상이어야 하며, 매년 기업이윤의 3분의 2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성남시가 일반 이익 용역업체가 아닌 공공성을 띈 복지단체나 시민주주기업으로 용역업체를 바꿈으로서 청소노동자들의 임금, 복지환경은 이전보다 개선되었다. 성남시 또한 시민들의 일자리를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이점을 얻을 수 있었다.
대안3. 노동조합 건설.
청소 노동자들은 50세가 넘은 고령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법적인 조항은 물론 최저임금이나 노동 조건에 대해서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근무환경 개선과 최저임금 보장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대안이 노동조합 건설이다.
관련 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이라는 보호막 없이 근무할 때에는 근무환경, 근무지에서의 부당한 처우, 최저임금 문제 등을 그냥 원래 그런가보다 하고 넘길 여지가 많이 있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이하 공공노조)에 따르면 청소노동자 중 일부는 근무지에서 이루어지는 ‘폭언, 욕설’ 등에도 “내가 나이가 많으니 참아야지”라며 감추는 청소노동자들도 있다.
공공노조 류남미 정책국장은 “현재 청소노동자들이 약 40여만명으로 추산 되는데, 그 중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는 청소노동자들은 약 4천여명 뿐”이라며 “연령대가 높으신 청소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라도 노동조합 결성의 필요성이 높다”고 밝혔다.
40년 째 유효한 전태일 구호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법 자체의 모호성 그리고 있는 그 법도 안 지키는 기업들
본 기사에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바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비정규직법 조항 자체의 ‘모호성’과 함께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고 버티는 일부 대기업들의 행태이다.
현 비정규직보호법의 골자는 기간제 계약직 혹은 파견직 근로자로 2년 이상 일한 근로자에 대해 자동적으로 정규직이 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파견근로자로 일한 지 2년이 지난 경우에는 사용주는 고용의무를 지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파견근로자 1인당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반드시 정규직으로 고용하도록 강제하지는 않으며, 기간제로 고용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류에는 사용사업주(원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원 사용자가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음으로서 2년 안에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용역업체를 통해 파견 노동자를 계약하는 등의 방법으로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이 법 보칙에서는 고용노동부장관이 파견근로자 보호법 시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가 인정할 때는 파견사업주 및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 또는 적정한 파견근로를 확보하는데 필요한 지도 및 조언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이 보칙의 함정은 지도 및 조언을 ‘한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지도 및 조언이 노동부 장관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책임은 아니라는 것으로, 이는 ‘할 수 있지만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대기업들이 대법원에서 원청사용자성을 인정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인정해야한다는 판결을 받고도 끝내 버티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여러 가지 법의 모호성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으면 그 법은 무용지물이다. 대한민국 노동운동사의 효시라 할 수 있는 전태일의 구호는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였다. 이 구호는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