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한화…‘불매운동’에 골머리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 이틀 만에 안티사이트 등장…“한화, 꼼짝마”
2007-05-11 류세나 기자
[144호 경제]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으로 선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기업내부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안티한화( 사이트까지 등장해 재벌총수 한 사람만의 처벌이 아닌 한화그룹전체가 소비자들의 공격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내 거주하고 있는 몇몇 언론인들이 모여 만든 ‘안티한화’는 “부와 권력을 이용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재벌총수를 규탄하기 위해 사이트를 개설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 “불매운동 통해 한화그룹 처벌하겠다”= 지난 3월 8일 한화 김 회장의 잘못된(?) 자식사랑으로 빚어진 이번 폭행사건은 지난 달 27일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통합검색사이트 인기검색어에 김 회장, 한화, 김승연 등의 관련어가 잇따라 올라오며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번 사건은 내막이 밝혀지면서 재벌총수 감싸기, 권력남용 등이 거론되며 많은 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지 이틀만인 29일 개설된 ‘안티한화’는 안티사이트 등 한화 불매운동 움직임에 대한 언론의 공식적인 보도가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개설 열흘 만에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취지의 글이 약 500여개 등록돼 한화사태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적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발 빠른 네티즌들은 카페ㆍ블로그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한화 불매운동을 요구와 함께 그룹 계열사 리스트를 유포시키고 있다.‘안티한화’ 관리자인 Kim Steve씨는 <매일일보>과의 서면인터뷰에서 “21세기 법치국가에서는 도저히 일어나면 안 될 사건이 벌어진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던 중 누구도 선뜻 나서 한화그룹을 처벌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안티 사이트를 개설하게 됐다”며 “그러나 한화그룹에 대한 개인적인 관계나 감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 측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 개인적인 사건으로 그룹 전체를 매도하는 안티사이트까지 개설돼 걱정”이라고 전했다. 또 “현 상황에서 정면대응도 할 수 없어 죽을 맛”이라며 “그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면서 추가 광고와 대내ㆍ외 행사를 취소하는 등 노출을 최대한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한화제품과 무슨 관련이 있어 불매운동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 불매운동, 가시적 성과보일까= 한화그룹의 계열사는 크게 제조ㆍ건설, 금융, 서비스ㆍ레저 등 3가지로 나뉜다. 그러나 한화계열사는 식료품이나 공산품과 같이 소비자들이 쉽게 구매 결정을 내리거나 구매를 포기할 수 있는 저관여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닌 까닭에 설사 불매운동을 벌인다 해도 단기간 내에 가시적 손실을 유발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Steve씨는 “한화그룹의 특성상 불매운동 전개에 따른 성과가 눈에 보이게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안티한화 사이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한화의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교훈과 상처를 기억하고, 우리사회가 도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초석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실제 각 노조와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불매운동이 그동안 여러 번 있었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얻어낸 사례가 없어 ‘과연 불매운동이 실효성이 있는가’, ‘홍보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또 노조가 시도하는 불매운동은 근로자들의 이익챙기기를 목적으로 벌이는 노사갈등 쯤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팽배해 일반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시민단체들이 대기업의 각종 사건ㆍ사고를 계기로 벌이는 불매운동의 사정도 마찬가지.지난 2005년 롯데백화점에서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70대 노인이 숨지고,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노점상을 강제 철거한 사건을 빌미로 롯데 측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롯데그룹은 지금도 여전히 손꼽히는 국내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주)코오롱과 GS칼텍스 역시 노사대립에 따른 불매운동이 전개됐지만 기업운영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Steve씨는 이번 한화사건 관련, 사회지도층의 불미스럽고 부도덕한 사건에 잠잠한 태도를 보이는 사회지식층, 고위층, 각종 시민단체들에게 실망했다고 한다. “결국 불매운동 등에 나서는 단체들도 자신들의 이권과 이해타산을 고려한 후 행동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불매운동을 시작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안티사이트까지 개설되는 등 한화 측에 채찍질을 가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만 한화제품 불매운동 같은 구체적인 보이콧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고 있다. Steve씨는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도면은 그려놓지 않았다”며 “향후 경찰수사와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연대불매운동을 펼칠지 혹은, 세계인권위에 고발을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수위를 조절할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