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씨모텍 대표 자살…코스닥시장 분위기 뒤숭숭

2011-03-28     박동준 기자

[매일일보]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증시에서 퇴출이 예정된 코스닥 상장사 대표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증권가에 퇴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씨모텍 김 모 대표이사(48)는 지난 26일 오후 8시25분께 경기 과천시 길에 세워 둔 차량 내부에서 연탄불을 피워 숨진 채 발견됐다. 씨모텍이 지난 24일 신영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은 지 이틀 만이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씨모텍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거래를 정지했다.

2007년11월 상장한 씨모텍은 'T로그인' 등 무선 모뎀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김 대표는 2009년 7월 인수합병(M&A) 전문기업 나무이쿼티를 창업한 뒤 4개월 만에 씨모텍을 인수했다.

씨모텍은 지난해 매출액이 1360억원, 영업이익은 44억원을 거두면서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직전 사업연도에는 113억원, 지난해에는 1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나친 사업 확장과 불투명한 회계가 화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3월 전기차 사업 참여를 선언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7월에는 줄기세포 등 바이오사업을 하던 제이콤을 인수했고, 8월에는 제4이동통신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차세대 무선통신 롱텀애볼루션(LTE) 사업 관련 연구개발비 조달을 명목으로 28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또 제이콤을 통해 삼화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했지만 좌초됐다.

신영회계법인은 의결거절을 통보하면서 "회사의 내부통제절차의 중요한 취약점으로 인해 중요한 자금거래의 실질과 적정성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자산의 평가, 권리, 손상가능성 등에 대해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12월 결산법인의 '3월 퇴출'을 앞두고 코스닥 시장이 뒤숭숭하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 18곳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코스닥기업은 9개(중복 1개사)다. 만약 이달 말까지 사업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유예기간을 거쳐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까지 형식적으로 상장폐지 우려가 있는 곳은 26개사이지만 사업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까지는 시간이 있다"며 "이의 신청 등을 통해 일부 회사들은 상장폐지가 안 될 수 있으므로 숫자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